<얌마 소팔러 가는데 개쫓아 간다고 내가 거기 왜 껴!! 깍두기 먹다 침튀는 소리말고 그냥 사무실로 와>,
<회장님, 저 최은영인데요..문자잘못보내신거죠?정신이버쩍드네요..ㅎ>
<으악!!죄송함다 잘못갔습니다. 이를 어째 ㅠㅠ 미안합니다>
두산의 CEO가 한진해운 회장인 여성기업인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 내용이었다. 문자 세상에서 문자 실수는 이제 얘깃거리도 아니다. 남자친구 엄마를 만나고 와서 <그 아줌마 장난 아니더라..> 로 시작되는 문자가 남자친구에게로 잘못 전송되었다는 불행한 얘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문자’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소심한 사람들은 통화 대신에 문자로 마음을 전한다. ‘지금 통화할 수 있는지’ 물을 필요도 없다. 이제 공짜 문자까지 나왔으니 문자는 소통 수단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삐삐’라는 이름의 무선호출기는 원시적인 추억이 되었다. 메일을 확인해 보면 스팸이 가득 쌓였다. 인터넷 우편함을 열어보는 설레는 손길도 옛말이 되었다.
그러나 문자가 메일보다 모든 것이 낫지는 않다. ‘수신 확인’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메일을 보내 놓고서 연방 수신확인을 눌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그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상대방 휴대폰까지 문자가 전달되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는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 문자를 보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기에 문자를 보았다는 응답을 해 주어야 한다. 어떤 때는 ‘O’라고만 보내서 욕을 먹기도 했다.
<시흥신문>에 나오던 ‘굿모닝 솔롱고스’가 중단되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시흥시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시작한 코너다. 그 코너가 없어진 이유도 문자소통 탓이다. 번역을 맡아 준 기관 담당자와 문자 주고받기가 원활하지 못하여 새 파트너를 찾는 동안 쉬고 있다.
메일을 보냈다고 해도 묵묵부답. 10시까지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도 묵묵부답. 신문 마감시간을 지연시킨 상태에서 원고가 오는지 안 오는지 물어도 묵묵부답. 번역료 지불하러 가서 확인문자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성격 탓’이라고 한다. 이 도시에서는 개인의 성격이 공적 영역을 좌우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다. 대답이 없어서 거절하나보다 여겼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부탁했던 일이 되어 있는 경우를 보긴 했다. 그러나 대답도 없고 일도 안 되었으면 그것은 거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진심이 어떠하든 문자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들은 불편하다. 개인 사이의 업무관계도 그럴진대 기관 사이의 관계에서는 더욱 엄정함이 요구된다.
군대에서는 상대방이 한 말을 면전에서도 복창하게 하여 제대로 소통되었는지 확인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문자’에 매달려 있으면 연애하나보다 여기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로 문자가 사적인 영역에서 쓰였다. 그러나 이제는 업무상의 소통도 문자로 한다.
문자로 소통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손실이나 상처를 주게 된다. 문자로 소통할 때의 유의사항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외국인 대상 기관처럼 손실을 입게 된다. 문자 습관 때문에 진심으로 함께 하려 하는 동지를 잃는다면 바보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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