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로 나는 학생들과 소통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이 ‘선생님’이었던 나는 어릴 적 꿈대로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동반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고, 동료 교사가 있어 따뜻하다.

그러나 가끔은 경쟁 논리가 적용되는 교육 현실이, 성적 지상주의를 느낄 수밖에 없는 학교 현실이, 오로지 대입 하나만을 목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부 아이들 모습에서, 반대로 미래를 포기한 것 같은 또 다른 일부 아이들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나는 교사로서의 존재감과 교육 방향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나는 스펀지 같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사이고,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이고, 나 또한 아이들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기 교사이기 때문이다.

임용고시를 거쳐 교단에 섰던 초임 시절에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모둠 여행을 다녔다. 그 시절 내 뇌의 전 영역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반 아이들과 함께 라면 아무 두려움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무식이 용기’였던 그런 시절이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담임의 모습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지금은 교과 선생님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학급을 맡지 않아서 자식 같은 반 아이들과 이런 저런 추억 만들기는 못하지만 생물 마니아인 학생들이 하나 둘씩 곁에 생기고 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생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 특성상 학생들은 실험 활동을 글로 배운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험에 목말라 있다. 생물 마니아로 구성된 생물교실은 미시의 세계 관찰, 식물 분야 실험 활동, 동물 분야 실험 활동, STS 실험 활동, 모형 만들기, 과학 독후 활동 등으로 구성하여 주제별로 집중 활동을 하고 있다.

현미경 하나만 준비되면 학생들은 미시의 세계를 경험한다. 감자 속에 들어 있는 녹말 덩어리, 혈액 속에 들어있는 무수히 많은 적혈구,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염색체……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계에 학생들은 때로는 흥분하고, 때로는 감탄한다.

생들은 해부 실험에 기대가 가장 크다. 그러나 나는 해부 실험을 가장 싫어한다. 공부도 좋고, 경험도 좋지만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이면서까지 해부하는 것을 반대하는 나와 가능하면 살아 있는 동물을 직접 해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돼지 심장과 소 눈을 해부하는 것으로 타협해서 해부 실험을 하였다.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마치 의대생이 된 듯 진지하게 해부칼과 가위로 섬세하게 해부하여 심장과 눈의 구조를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그 모습이 다른 실험 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하다.

생물 과목이 좋아서, 실험 활동이 좋아서 모인 생물교실 학생들은 놀이를 하듯이 즐겁게 실험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생물교실 활동들을 잘 정리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를 스펙으로 몇몇 학생들이 생명과학과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올 때 나는 생물 교사라는 것이 행복하다.

교직 경력이 쌓일수록 알뜰살뜰히 보살펴 줄 자식 같은 내 반 아이들은 없지만, 교과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이 꿈을 찾아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교육활동을 통해서 교사로서의 존재감을 찾고, 학문적 활동을 공유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 또한 성장하고 있다.

시흥신문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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