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목을 매는 이유

시흥시는 지난 달 30일, 또 다시 도시계획위윈회를 열어서 서울대와 관련한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대가 들어 올 위치를 군자지구의 한 가운데로 옮겨 주려고 애를 쓰더니 이번에는 서울대가 들어올 부지 중 일부를 주상복합용지로 바꾸어 주었다.

서울대에게 줄 약 30만평 중에 10만평은 교육시설이 아닌 주상복합으로 지정해 줄 테니 그 땅에 초고층 건물 지어서 얻은 이익금으로 서울대가 차지할 전체 땅값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서울대가 원한다면 뭐든지 해 줄 태세다. 지금까지 서울대에 보여 온 자세를 보면 건물 지을 돈도 어떻게든 마련해 줄 분위기다.

우리는 우선, 어떤 서울대가 온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역의 교육여건이 열악한 점을 이용하기라도 하듯 입만 열면 ‘서울대’다. 전국에 있는 대학의 임업시험장이 오는 것인지, 의료시설이라면 분당 같은 서울대 병원이 오는 것인지, 국제캠퍼스라면 어떤 학생들이, 몇 명이나, 어떤 공부를, 어디에 머물면서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자료에는 연구 중심의 종합병원이 온다고 했다가 그 다음 장에는 의료관광이 기대된다고 썼다.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이 활발했던 때가 있었다. 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경제적 파장 뿐 아니라 문화적 기여까지 더해서 도시에 활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구애에 지나친 특혜를 요구하면서 지자체들의 대학 유치 경쟁은 시들해졌다. 이 와중에도 시흥시는 오로지 서울대 유치에 전념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는 연세대가 가기로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연세대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다. 그나마 학부과정이 옮겨 온다고 해서 인천시는 다소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지금 시흥시가 서울대를 위해 마련한 부지에 주상복합 시설 결정을 하는 것은 인천 송도가 연세대에 했던 전례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주상복합 용지를 제공하여 서울대에 사업비까지 마련해 주려고 한다. 인천의 연세대처럼 학부가 옮겨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채 서울대가 원하는 모든 조처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서울대가 시흥시민들에게 또는 시흥시의 미래에 가져다 줄 혜택이 궁금하다. 인천 송도가 유치한 삼성 BT단지나 안산, 화성으로 가기로 결정된 대기업들보다도 서울대의 특정 시설이 지역에 가져다 줄 혜택이 더 클 것이라고 믿는 시민들은 드물다.

보통 사람들이 상거래를 하더라도 손님은 여러 가게 중에서 싼 곳을 골라야 하고, 가게 역시 더 비싸게 사겠다는 손님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시흥시는 초지일관 ‘우리는 서울대만 원해요’라는 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시흥시의 국회의원 두 사람과 시장이 선거에서 공약으로 ‘서울대 유캄를 내걸었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거래를 하는 것이라면 그 책임을 두고두고 물을 것이다. 백 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십 원 밖에 못 버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 또한 도적질이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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