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많은 도시의 두 갈래 길

얼마 전 야구선수 이종범이 관중과 싸운 기사를 보았다. 문제의 발단은 관중석에서 날아든 맥주캔 이었다고 한다. 이종범선수가 관중에게 욕을 했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캔이 빈 것이 아니라 맥주가 든 캔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정상이 참작되기도 했다.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야구선수의 격한 반응이 인정된 구석이 있었다.

프랑스 대도시의 슬럼가에 살 때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진 맥주병이 옆에 떨어졌다. 깨지는 소리와 모양을 보니 따지 않은 맥주병 이었다. 떨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으므로 무사한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동네에 살아야 하는 것이 서글펐다. 위쪽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갔다.

불이 붙은 채로 떨어지는 담배는 여러 번 겪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누구를 표적 삼아 던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창밖으로 생각 없이 뭐를 던지는 것은 아랍권 출신들이 모여 살았던 그 동네에서는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초보운전자들은 차가 별로 없는 차선을 보면 ‘빈 차선을 두고 사람들이 왜 저곳에 줄을 늘어서 있지? 바보처럼’ 하고 웃으며 들어갔다가 낭패를 겪는다. 그 동네에 이사를 가게 된 이유가 그와 비슷하다. ‘HLM’이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임대주택은 인기가 높아서 그곳에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다. 그런데 그 단지의 임대주택은 빈 집이 많았다. 이사한 뒤에 알고 보니 전국적으로 악명이 높은 동네였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벌어진 곳이었다.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할 때 따지는 항목 중의 하나가 이주민 비율이다. 일손이 부족해서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였던 유럽의 경우에는 이주민이라고 표현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외국인이라고 표시해야 할 것이다. 유럽의 도시에서 이주민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무지개처럼 빛나는 곳은 외국인 밀집 지역 중에서 일부에 속한다. 서울의 이태원 같은 한정된 지역만 해당된다. 원곡동도 긍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안산시에서 많은 애를 쓰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시흥시에 사는 대다수 외국인들은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외국인들이 많지만 관광이나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시흥시의 외국인들이 지역 제조업체의 인력을 충원하는 역할을 하지만 도시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시흥시는 외국인 문제에 대하여 ‘다문화’ 정책으로 접근할 뿐이다. 이런 정책은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 여성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곳은 농촌마을이 아니다. 2만 명이 넘는 외국인의 대다수가 체류 노동자인 수도권 도시이다.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살자’는 식의 캠페인 차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다문화 정책을 넘어서는 도시 전략 차원에서 미래 계획이 나와야 한다.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따지 않은 맥주병 하나가 날아가서 무법천지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울대와 전철만으로 시흥시의 미래를 말할 수는 없다. 군자매립지의 다양한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고 서울대만 고집하는 무리들도 안타깝다. 서울대의 어떤 시설이 오는지 정확하게 말하는 사람도 없이 서울대 환자처럼 그곳에 목메는 사이에 다른 기회와 가능성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은 가까운 미래의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이 시대에 다인종 국제도시로 즐거움이 넘쳐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외국인들을 출신국가별로 문화적인 특수성을 인정하기보다 자국의 문화로 동화시키는 프랑스 방식보다는 각 인종별, 문화별 공동체를 조장하는 미국의 동화정책이 시흥시의 여건과 미래에 더 적합해 보인다. 외국인들이 이 도시에 가져다 줄 가능성들을 연구하고 그를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방학과 휴가철이 오면서 낯선 문화를 찾아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메어질 것이다. 그러나 바로 내 이웃에 낯선 사람들과 생소한 문화들이 있다. 나와 다른 이 사람들은 이 도시의 불행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도시를 살리는 활력이 될 수도 있다. 시흥신문이 주장하는 중국문화촌 ‘공자마을’도 그 가능성 중의 하나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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