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관음증? - 시흥신문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컴컴한 극장 안에서 어떠한 심리적 상태로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 것일까? 관객들이 무려 2시간이란 긴 시간 동안 돈까지 지불하면서 얻고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1970년대에 영화연구가들은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연구 하면서 ‘영화 관객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영화의 이데올로기와 연결되고 영화 속에 내재 되어있는 지배적 가치에 포획 되는갗를 분석했다. 또한 이시기에 새롭게 대두된 페미니즘(Feminism) 역시 ‘영화가 어떤 식으로 남성적 중심의 질서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정당화하며, 관객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 과정 속에서 제시된 핵심적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관음증(Voyeurism)’이다.

일상 속에서는 활보하며, 노출되지 않으나 내면의 본능 속에서 쾌락을 무기로 안전하게 내재되어있는 관음증. 도대체 그 심리는 무엇일까?

어느 날 밤 불 꺼진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건너편 마주보이는 불 켜진 다른 아파트 베란다를 발견한다. 이때 건너 편 아파트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안전하게 그 집을 훔쳐본다. 불이 켜진 베란다에서 노출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거나 재미난 행위를 지켜보았다면 당신은 지금 어떤 기분인가?

‘관음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훔쳐보는 자의 안전한 위치이며 훔쳐보는 그 대상이 지금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관음증’의 쾌락을 안전하게 보장한다. 이처럼 ‘관음증’이란 자신의 관찰행위가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서 어떤 대상의 행동을 엿봄으로써 성적 보상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관음증’은 꼭 직접적인 성행위나 알몸을 훔쳐보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적인 행위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편재된 사회에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사적이고 은밀한 행위를 훔쳐보는 것은 ‘관음증’의 사회적 행위라 볼 수 있다.

피터 위어가 1998년에 연출한 <트루먼 쇼>에서는 전 세계, 수억의 시청자가 트루먼이라는 한 남자(짐 캐리)의 탄생과 30여년에 가까운 일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드라마처럼 관람하는 리얼리티 쇼를 즐긴다. 론 하워드 감독의 <생방송애드 TV>역시 한 남자의 24시간을 생중계하는 선정적 리얼리티 쇼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처럼 ‘관음증’은 현대인의 일반적인 욕구이자 쾌락의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관음증’은 기본적으로 ‘본다’는 시각적 행위를 통해 성적 욕망을 충족하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시각에 내재하는 욕망인 ‘절시증(scopophilia)’에 기반 한다. 흔히 관음증이나 절시증에 대해 사람들이 변태성욕으로 치부하거나 금기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오해에 기인한다.

시각적 쾌락인 관음증과 절시증은 모든 인간의 여러 욕망 중 하나로서 모두 기본적인 인간의 성욕이라 할 수 있으며, 다만 이것이 지나치게 과잉될 때, 즉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때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임을 입증하는 증거는 시각적 쾌락이 다양한 문화적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하는 문화나 예술행위, 즉 영화를 비롯하여 연극 심지어는 스트립쇼 등 모든 것들은 이러한 욕망에 기반 한다.

다만 이 중에서도 영화는 특히 ‘관음증’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문화적 형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관음증’을 문화적 제도화된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이 영화이다. 영화관객은 관음증자인 것이다. ‘잘 엿보여 질 수 있도록 배치된 행위’가 영화인 것이다. 연극에서 ‘제4의 벽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객석을 향한 방향이 벽인 양, 배우들이 마치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보여 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 꺼진 객석의 관객들은 관음증을 유발하고 몰입에 의한 편안한 쾌락을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글. 김용봉 시흥라디오 대표 http://twitter.com/rdo20

시흥신문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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