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절차도 어려운 뉴타운... 안타깝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대야·신천뉴타운반대모임은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매주 수백명의 주민들이 모여 설명회를 하고 뉴타운반대 주민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경기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목소리를 내며 강력하게 뉴타운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절박한 함성에 시흥시장도 광복절에 손을 들었다.

주민들은 시장이 취소선언을 하자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이로써 다 끝날 것 같았던 뉴타운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지루하게 대립중이다.

취소 절차에 관하여 시는 민원사무처리지침을 근거로 들며 반대서명부 원본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고 하는 반면, 주민들은 시와 관계부서를 신뢰할 수 없어 개인 신상정보가 기재된 원본은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원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 신상정보가 기재된 원본을 시에 넘겨줄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보복당할 수 있고 시에서 또 다른 꼬투리를 잡아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달리 방대한 정보를 가진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기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힘없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주민들은 대안으로 주민과 공무원이 같이 서명부 진위(소유자) 여부에 대한 공동 확인 작업을 벌이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였지만 시는 이 제안을 거절하였다.

이런 이유에서 시와 의회는 서명부의 제출 없이 시흥시의 입장과 의회에 취소결의안을 근거로 경기도에 뉴타운 취소를 신청했지만 경기도는 지난 6일 지구내 소유자들의 명확한 의견을 확인 하라는 내용보완을 요구하며 취소 신청을 반려하였다.

이 일이 있은 후 뉴타운반대모임주민과 시흥시장, 시 관계자 그리고 경기도 관계자가 지난 15일 시청 글로벌 센터에서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다.

시와 경기도 관계자는 이미 뉴타운 취소의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단지 절차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본 제출만하면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설득하였고 주민들은 원본제출은 절대 안 된다고 날선 공방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뉴타운개발과 김성래 과장이 뉴타운반대모임 팀장에게 “주민들을 기만하지 말라”며 고성을 질렀고 이에 흥분한 주민들은 김과장의 멱살을 잡으며 몸싸움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양측의 의견이 좁혀질 기미가 없자 임병택 경기도의원이 “반대모임이 전부터 제시한 서명부 공동 확인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니 원본 제출 없이 3자가 모여 원본을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그것을 근거로 취소 신청할 수 있게 하자”며 시, 도 관계자에게 중재 하였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여 극적으로 논쟁은 끝을 보았다.

그러나 뉴타운문제에 관하여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본 기자로써는 안타까운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애당초 주민들이 뉴타운반대를 외칠 때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한 지역 정치인들과 또 취소선언을 하고도 절차를 문제 삼는 행정부, 이런 가운데 정치와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어느 하나 깨끗하게 마무리 되지 못한 채 지루한 싸움만 이어가는 듯 한 느낌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이렇게 지치고 힘든데 당사자들이야 이루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글로벌센터에서 회의가 끝난 뒤 임병택 도의원에게 “오늘 도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에 임의원은 “공무원들이 절차적인 문제로 주민과 갈등할 때 이것을 중재하여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몫 아니겠냐.”고 답했다. 참으로 올바른, 그리고 정치인다운 좋은 말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때에 나온 말이기도 하다. 왜 일찌감치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주민대표와 시, 도 관계자가 19일부터 뉴타운개발과에서 원본(소유자)대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작업을 벌여 지구내 소유자중 25%에 해당하는 1765명의 소유자가 반대 서명한 것이 확인되면 이것을 근거로 취소신청을 보완하여 제출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논쟁으로 번지지 않고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또 시 행정부, 지역정치인,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불신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방법도 찾기를 바란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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