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사람들 - 시흥신문

대학에서 본고사로 신입생을 뽑던 시절에, 형식적이나마 면접이라는 것이 있었다. 재수생 출신의 한 남자 합격자가 긴 머리를 하고서 면접장에 앉았다. 머리 길이가 사람 품성을 나타내던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면접을 맡은 교수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네에게 물들까봐 걱정이네.” 그 대학은 학칙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학교였다. 그 학생은 이 말에 “제가 도리어 물이 빠질까봐 걱정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교수도 웃었다.

서로 색깔이 다르면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는 쪽이 있고 영향을 받는 쪽이 있다. 그것은 힘에 따라 결정이 된다.

이곳의 국회의원을 지낸 사회운동가 출신의 정치인은 자신의 반대편에 섰거나 비판을 일삼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만났다. 그 정치인의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행사에 그 정치인이 올까봐 염려했다. 와서는 자신의 영향력만 넓히고 갈 터이니 부르는 일조차 드물었다.

그 국회의원은 재선을 위한 선거에서 기호 3번으로도 당선 되었다. 수도권의 정당 공천 선거에서 기호 1번이나 2번이 아니고서 당선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첫 선거에서 그의 반대편에 섰던 당시의 토박이들 상당수가 두 번째 선거에서는 그를 도왔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애향심을 존중한 결과였다.

지금 시흥의 두 국회의원, 시장 모두 그 정치인의 후예라고 스스로들 말한다.

군자지구 개발에 대한 토론회에 시장이나 관계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역 언론사들이 연합해서 마련한 토론회였다. 국회의원도 국회가 열려서 못 온다고 했다. 토론회는 저녁에 열릴 예정이었다.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군자지구 사업은 규모가 크고 시청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해 왔다. 시 관계자와 함께 사실 확인을 해 가면서 토론이 진행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2009년 시화 MTV관련 토론회 때도 시장은 오지 않았고 관계자를 보내지도 않았다. 자신의 색깔로 누군가를 물들일 자신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시흥신문>에 여자축구동호회 사진이 실렸다. 축구회원들의 파이팅 주먹 뒤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국회의원과 도의원 이다. 1천 명 가까운 주민들이 생존권을 외치며 집회를 매주 열었지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 국회의원이다. 이렇게 바쁜 국회의원들이 뜻밖의 행사 사진에 등장하는 일이 자주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개인 대소사에는 열심히 참석하는 까닭이다.

이런 저런 모임들에 시장이 와서 몇 시간을 있다가 갔다든가 개인의 이런 저런 가정 행사에 시장이 왔더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도 정치인이니 자신의 측근이 있고, 그에게 우호적인 그룹이 있고 소속 정당이 있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인 정책의 문제에서는 정치적 득실을 넘어서야 한다.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분쟁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면 그 동네는 상식도 기본도 없어진다. 시흥의 사람들은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개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 내용에 주로 등장하는 사람이 누군지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최근 주목받는 안철수 씨의 주장 중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안 씨는 한국 사회의 여러 쟁점들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고 했다. 상식과 비상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비상식이 득세하는 일이 많다. 특히 시흥시에 살면서 가슴을 치는 일이 많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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