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노시구 / 송운초등학교 | ||
“넌 고기를 좋아하니? 난 채소를 좋아해. 우린 입맛이 많이 틀리구나.”
“난 네 생각이랑 틀려. 경험도 독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말 중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말이 바로 ‘틀리다’입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런 경우에는 틀렸다는 표현보다 ‘다르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입니다.
‘다르다’는 두 가지가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리다’는 옳지 않다는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뜻을 다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다르다’는 말을 써야 할 때에도 ‘틀리다’라고 말하고 있고, 이미 입에 배어서 올바르게 사용하기가 힘든 수준에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혹시 ‘다르다’를 ‘틀리다’라는 말로 사용하면서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같지 않은 것은 틀리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과 같아져야 안전하다고 배워왔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말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왼손잡이이면 부모들이 오른손을 사용하게 가르쳐서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만듭니다. 태어난 성향은 왼손잡이이고 왼손잡이로 사는 것이 자기에게 편안한 것이지만 남들과 다름을 용서하지 않는 세상은 자기 몸에 맞지 않지만 오른손잡이로 살아가도록 만들지요.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는 부모님의 사랑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은 정답을 찾는데 익숙해졌고, 답이 맞았거나 아니면 틀린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정답이고, 어떤 것은 틀린 것이지요? 선생님의 생각과 같으면 정답이라고 하고, 선생님의 생각과 다르면 틀린 것 이라고 규정하는 생활이 우리 학교생활 입니다. 이러한 평가를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 읽은 ‘비폭력대화’라는 책에서는 정답이 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 다른 설명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이 질문에 X 를 하셨다면, 저와 의견이 다르군요. ~~~” 전문가가 집필한 책에 이 설명이 얼마나 겸손한 표현인지,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부끄러웠습니다.
‘다르다’는 말은 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다르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바로 이런 다름을 인정하도록 하게 되니 세상 사람들과 세상일들이 모두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실제로 ‘틀리다’는 말을 쓸 곳에 ‘다르다’는 말로 바꾸어 사용해보면, 그 느낌과 생각이 무척 달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르다’라고 할 때는 상대를 비판하기보다 인정하는 느낌이 들고,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자기 자신이 겸손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넌 나와 틀리구나”
“넌 나와 다르구나”
두 문장을 다시 읽어 보세요.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글의 시작에 예로 들었던 문장을 다시 고쳐 이렇게 읽어보면 어떻습니까.
“넌 고기를 좋아하고 난 채소를 좋아하니 우린 입맛이 서로 다르구나.”
“나와는 다르게 너는 독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무심코 사용했던 말 하나만 바꾸어보세요. 그러면 모든 것이 틀리게 보이지 않고, 단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이나 세상에는 많은 ‘다름’이 존재하며 이 다름이 모여 우리를 이루고 있음을 아름답게 느껴보세요. 그래서 서로의 다름을 축복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