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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현 / 군서고등학교 | ||
얼마 전 집에 가다가 길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술을 마시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 내가 직업이 교사인데다가 교직을 살아가면서 가장 열정으로 충만하다는 ‘완전 초보’ 선생인지라 그 학생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이 고민이기에 그렇게 술을 마셔야 하며, 학생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으면 그 흔한 운동도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을까?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며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녀석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그늘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많은 학급들에서 학비지원을 받는 학생이 1/3을 넘는다. 심하게는 학비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학비지원을 받는 학생이 많은 학급일수록 공교롭게도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기 힘들어 하신다.
어떤 반은 무기력하게 잠들어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또 다른 반은 아무리 못하게 해도 어쩔 수가 없는 화장 문제 때문.......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어릴 때부터 실패만 한 경험을 하면 더 이상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연구는 자신의 인생이 비참할수록 오히려 상처 입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단장에 힘을 쓴다고 한다.
나는 이런 연구 결과와 내가 본 ‘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 그리고 ‘수업이 쉽지 않은 학교’ 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과 쉼을 줄 수 없는 나쁜 가정환경, 적절한 관심과 배려는 받을 수 없으니 성적이 낮은 것은 당연한 학교, 그런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는 사회, 3박자가 척척 맞으니 그저 거리를 전전하면서 몰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대는 학생들!!
이 많은 상처입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든지 아는 일이다. 이제 항상 무시당하고 무기력한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대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길,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수 있는 사회적인 여가 시설이 충분히 마련되길, 더 나아가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베풀기 쉽지 않을 만큼 생활이 힘든 수많은 부모님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곳으로 처음 발령 받은 새내기 교사로서의 내 역할이 이런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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