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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순 / 시흥고등학교 | ||
첫째 날 - 요놈들! 고생 좀 해봐라!
이화우(梨花雨)의 배웅을 받으며 난지도 해병대 캠프를 향해 출발!!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도 뻗쳐오르는 끼를 주체할 수가 없나보다. 안전벨트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니 엉덩이를 들썩들썩,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가 싶더니 분간하기 어려운 괴성을 질러대면서 어깨를 흔들어댔다. 죽을 것 같은 2박 3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를 것이니 그럴 수밖에....
충남 당진군 석문면 도비도항 도착! 난지도 해병대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입소식을 하고 제식훈련과 P.T훈련을 했다. 선생님들이 훈련에 참여하게 되면 학생들이 담임선생님들에게 의지하려고 해서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이들 앞에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부탁으로 첫날 훈련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했다. 산과 바다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만 들릴 뿐.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소리가 나는가 싶어 밖을 내다봤다. 해변가에서부터 오리걸음으로 구호를 외치며 걸어오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아! 난 이제 죽었다. 아이들의 원망의 소리를 어찌 감당할 것인갗 저녁식사시간, “식사 시작!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가 된다! 악!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친다. 꿀맛도 이런 꿀맛은 처음 맛보았을 것이니, 이제야 너희들이 밥의 소중함을 알겠지? 지켜보던 나는 연신 웃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아이들은 찍-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잠들었다.
둘째 날 - 아이들이 태양보다 커보였어요!
6시 기상, 1시간 구보 후 아침을 먹은 후 레펠훈련이 시작되었다. 11m나 되는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려 아래로 떨어지는 훈련이다. 남자 선생님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는데 나는 솔직히 멀찌감치 떨어지고 싶었다. 바이킹을 타면서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할 정도로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는 것조차도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를 어찌하랴! 자리를 슬쩍 뜨려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레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날 교관이 ‘담임선생님들이 아래에서 용기를 주는 말을 한 마디씩 해주면 좀 도움이 된답니다.’하는 말이 떠올라 밧줄을 풀고 내려오는 아이들을 향해 파이팅을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교육생 ○○○! 레펠 준비 끝! 레펠!”을 외치면서 한 명 두 명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중간고사 대박!, 8반 짱!’등 구호도 다양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교육생 ○○○! 레펠 준비 끝! 레펠! 선생님! 사랑해요!” 하며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아!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아! 우리 아이들이 다들 해 내는구나. 레펠 훈련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을 보자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오후 2시 I.B.S(바다레프팅)를 위해 기본 훈련을 받는다. 바다를 상대로 한 훈련이므로 이렇게 고되고 철저하게 기본 훈련을 받아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2시간가량의 기본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바다로 출정!! 열대여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무거운 보트를 메고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간다. 노를 들고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출정식을 마치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장수들을 연상케 했다. 나도 신발을 벗고 보트를 힘껏 밀어주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어서 밀면 다시 밀려오고 다시 밀면 다시 해변으로 밀려오기를 수 차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하나 둘, 하나 둘” 소리를 맞추기 시작했고, 보트는 점점 바다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카메라를 눌러대던 나는 순간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거친 바다를 뚫고 가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운 해보다도 더 커보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한없이 작게 보이던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커보일 수가 있다니! “애들아 너희들이 바다를 이겼어! 이 넓은 바다를 삼켜버려-ㅅ!!
셋째 날 - 다시 일상으로
아이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바지에 똥싼 걸음으로 걸었다. 1시간의 예절교육, 1시간 해변 청소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지도항을 떠났다. 아이들은 다 함께 참여하자며 꼬셨던 나를 더 이상 원망하지도 않았다. 이미 아이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가슴에 담은 게 분명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학교에 가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 잘못한 것이 있어도 왠지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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