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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영 / 장곡중학교 | ||
헉! 헉! 오늘도 집에서 학교까지 500m나 되는 거리를 전력질주로 달려 교문에 들어섰다. 매일아침 그림처럼 반듯하게 학생들을 맞아 주시는 학생부장님께 인사를 휘날리는 순간. 어! 학생부장님이 많이 어려 지셨다. 나도 얼른 교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어려진 학생부장님을 보니 마음이 더 급해진다. 이러다가 어린 담임선생님께 지각했다고 야단맞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만우절이면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수업을 빼먹고 선생님들을 골려줄까 궁리를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보다는 학교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야단을 치거나 더 꿋꿋하게 수업진도를 나가시곤 했다. 막상 교사가 되어보니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야속하게 하셨는지 알 것도 같다.
그런데 올해 우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먼저 만우절 선수를 쳐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지만 도저히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 나오면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장곡중학교는 이번에도 결국 부장님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담임 역할을 할 학생들을 선발해 주세요. 이 학생들은 조·종례는 물론 하루 종일 교무실에서 담임업무를 수행합니다. 대신 담임선생님들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하루 종일 생활을 해야 합니다.”
“수업은 선생님들께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혹시 각 반에 교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학생이 있으면 선발해서 진지하게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교육을 시켜 주십시오.”
이쯤 되니 장난이 아니다. 진짜 하려나 보다.
우리 반에서도 담임선생님을 선발했고, 선발된 담임은 만우절 당일에 사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나는 그 학생의 교복을 입고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물론 수업 할 학생도 선발해 학습지도 만들고 미리 수업 실행 연습도 했다.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내가 더 기대가 되었으면서도 오늘아침 여지없이 허둥대며 등교하는 꼴이라니.....
아이들은 어떤 제제도 받지 않으니 정도를 지키며 제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웃음을 선사했고, 너그럽게 추억을 선물하자고 마음먹은 선생님들과 교장·교감선생님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큰 추억을 선물 받은 날이었다.
그래.... 하루쯤 수학문제, 영어단어, 조선왕조들로부터 벗어나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인생을 살찌우는 신나는 경험이 아닐까? 교사를 믿어주시는 교장·교감 선생님, 학생들을 믿어주는 교사들, 학교를 신뢰하는 학생들이 함께 알콩달콩, 시끌벅적 부대끼며 살아가는 장곡중학교에서의 교사생활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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