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교육흐름 편승 말고 공교육발전 고민하라”
시흥시가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2014년도 대학 신입생들부터 장학금 1천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키로 하자 “공교육 참 뜻을 왜곡하고 ‘일등주의’만을 부추기고 있다”며 주민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시흥시는 지난 1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폭넓게 관내 학생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교육지원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서울대 입학생 장학금 1천만 원 일시불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한 시흥시는 김윤식 시장의 평소 지론이 ‘자녀 교육 때문에 시민들이 시흥을 떠나는 일만은 막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도시 시흥을 만들 것’을 강조해 왔다며 정책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흥시의 이 같은 정책추진에 대해 시민들은 “공교육 발전에 노력해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교육 참뜻을 왜곡하는데 앞장서며 ‘일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시청 민원 게시판을 통해 맹비난하고 있다.
시민 김영원씨는 “서울대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시흥시 교육이 발전 되는가. 도대체 이런 정책은 누구의 발상이냐”며 “그럴 돈이 있으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꿈을 잃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 장연경씨는 “지금 시흥시에 필요한 것은 소수 엘리트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지원 정책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져 있는 시흥지역 학생들의 학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학습 지원정책”이라며 “시흥시는 서울대라는 학벌지상주의에 갇혀 가뜩이나 교육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고 공공기관으로서 공교육 발전에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제대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시민 최봉국씨는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울 정도로 자녀교육에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 우선적으로 실력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대학진학의 길을 열어준 뒤 그것이 충족된다면 그 후에 일반 진학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 문모씨는 “물질적으로 부유한 학생들의 진학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천만원이란 돈이 꼭 부유한 학생들에게 한정된 혜택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라며 “천만원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빛이 될 수도 있기에 뜻이 있는 학생들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면서 서울대 진학생들에게는 좀 더 지원을 해준다는 정책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주장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녀 교육문제로 시흥을 떠나는 경우가 빈번해 명문고 육성을 통한 시민들의 정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시흥시 교육발전진흥재단을 통해 2008년부터 시 관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우수학생 20명을 선발하여 3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이 학생들이 서울대, 연·고대(서울 캠퍼스)에 입학하여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3개 대학(서울대, 연·고대) 입학생 모두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시의 교육이념과 맞지 않아 시의 재정여건에 적합하면서 시민 자긍심 고취를 위한 명문고 육성이라는 기존 취지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서울대 입학생 장학금 1천만 원 일시불 지급’을 대안으로 수립했으며 ‘1등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시흥시는 교육발전진흥재단을 통해 2010년도 고교·대학교 성적 및 예·체능 등 우수학생 160명에게 2억6천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이 가운데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은 13명 1천783만여 원에 그쳤다.
이희연 기자/shnews96@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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