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 -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라는 말을 잘 쓴다.
하지만 IMF이후 하늘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지고, 대마불사가 아니라 대기업도 쓰러 질 수 있고, 은행도 무너지는 상상도 못한 위기를 겪어왔다. 국가적으로도 위기였지만 개인으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직과 사업에서의 실패를 맛보았다.
특히 자녀들이 이제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에 들어갈 나이의 40대의 실직은 개개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하지만 요즈음 새삼 부의 양극화 문제가 제기된다. 자본주의가 분명 공산주의보다 나은 체제인 것만은 북한, 소련,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를 보면 안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경제제도를 도입한 중국은 북한이나 소련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하다. 중국이 20년 내로 세계 1, 2위의 경제국가로 도약할 것이라 예측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최대 약점은 빈부의 격차 즉 빈익빈 부익부이다.
우리는 과연 부(富)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자의 꿈을 이룬 14명의 보통사람들(게일 리버맨 앨런 라빈 지음/권치오 옮김,창태)을
보면 부에 대한 관점을 나름대로 잘 풀어 주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은 모두가 극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부모들이지만 늘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수 있으며 거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난이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받게 한 토양이 된 셈이다. 물론 절약은 이들의 공통적인 생활방식이다.
이들이 부가가 된 후의 삶은?
돈의 위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훨씬 더 편한 삶, 나은 삶이 있었다.
훨씬 좋은 교육과 환경이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이들 백만장자들은 부라는 것을 경험해 보니, 이를 감당할 자격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자가 된다고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원하는 바람은 늘 더 높은 곳을 원하고, 부자라는 사실이 주위에 노출되면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것 밖에 안 줘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보게 된다. 부자가 되니 부자를 인격이 아닌 재산으로 판단한다.
나는 누구지?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지? 나의 꿈은? 남의 목표는? 이들은 돈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돈이란 무엇인지? 돈은 왜 버는 것인지?
그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했고, 그 돈으로 많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을 혼자서 다 쓸 생각이라면 벌 필요가 있었을까?
돈은 결국 쓰기 위해 버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자선사업, 모교에 기부, 다른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아직은 우리의 부자들은 증여를 하지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기부를 한다. 부자가 존경을 받고 돈을 밝히는 것이 미덕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돈을 잘 쓰는 문화가 부족하다. 정경유착,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이제 21세기에 부자가 질시와 경멸의 대상이 아니라 부자가 존경을 받고 대우를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돈에 대한 좋은
철학, 돈을 잘 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포브스 코리아에서 여론조사한 ‘한국인의 부자관’에 따르면 아직은 한국인의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는 않다. 즉 부자들이 사회 환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가진 자로서의 도덕적 의무,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부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들도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아직 존경은 하지 않지만 부자들의 노력만큼은 인정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과거의 부정 일변도의 부자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불필요한 ‘편 가르기’에 심취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면에서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인정을 하고 나아가서 존중할 때는 존중해야 한다. “It's different. not wrong."(다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