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가 한 달에 한 번씩 주최하는 ‘화요예술무대’에 ‘서양 창극’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가 올려진다고 한다.
오는 11월28일과 29일 이틀간 시흥여성회관과 시흥시 실내체육관에서 공연될 예정인 ‘리골레토’는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갈대……’라는 아리아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오페라로, 복수극에 희생되어 죽어가는 사랑하는 딸을 향한 아버지 리골레토의 절망과 회한이 짙은 여운을 남기는 사랑과 비극의 가극이다.
만추(晩秋)의 계절, 가을밤의 낭만 속에서 수준 높고 격조 있는 예술문화에 목마른 시흥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다소나마 적셔줄 수 있는 고급 오페라 공연은 반갑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세기 이탈리아의 위대한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출세작이기도 한 오페라 ‘리골레토’는 ‘장발장’으로 알려진 유명한 소설 ‘레 미제라블’을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환락의 왕’이라는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리골레토’를 작곡한 세기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북부 이탈리아의 가난한 마을에서 구멍가게로 구차한 생계를 이어가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돈 많은 귀족이나 이름난 음악가가 아닌, 이웃마을의 평범한 식료품 도매상이었다. 나중에 베르디의 장인이 된 이 시골 식료품 도매상의 도움으로 밀라노에 유학을 하게 되고 작곡가의 길에 들어선 베르디의 초기 음악활동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두 아이와 아내를 잃고 그가 작곡한 희가극은 상연에서 실패를 해 한 때 좌절에 빠지기도 했으나 ‘리골레토’를 비롯해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가면무도회’ ‘아이다’ ‘돈 카를로스’ ‘나부코’ ‘오셀로’ 등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보석같은 작품들을 작곡, 베르디는 마침내 불후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 된다.
그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뒤마의 소설 ‘춘희’라는 제목으로, 또는 ‘축배의 노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로 유명하다.
베르디의 회심작 오페라 ‘나부코’는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67회나 연속 상연될
정도로 이탈리아 국민들을 열광시켰으며 특히 제3막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오스트리아의 전제정치 아래 신음하던 이탈리아 국민들의
가슴에 뜨거운 애국혁명의 불길을 지폈다.
1842년 3월 스칼라극장에서 ‘나부코’가 초연되었을 때 여주인공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는 이 오페라가 인연이 돼 베르디의 두 번째 아내가 됐고, 평생 동안 베르디를 뒷바라지하며 베르디가 실패 때문에 좌절하고 절망할 때 헌신적인 애정과 격려로 결정적인 힘이 돼 주었다.
1901년 베르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장에서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토스카니니가 이 합창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혼신의 열정으로 지휘해 대작곡가의 영전에 레퀴엠(진혼곡)으로 올려준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주기도 했다.
베르디가 오페라 작곡가로서 활동한 1800년대 중반의 유럽은 민주주의 혁명의 물결이 세차게 출렁이던 시대였다. 당시 몇 개의 소공국으로 분열되어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에도 조국통일과 민주혁명 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베르디의 많은 오페라들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적극적인 애국운동을 전개해 통일을 이룩하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상업주의적이고 말초적인 천박한 예술과 문화는 대중을 향락과 타락으로 이끌지만, 격조 높은 고급 예술 문화는 어떤 정치적 구호나 철학사상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변화와 도약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화요예술무대’의 수준 높은 공연이 지역사랑에 자양이 되고 시민의 삶을 기름지고 활기차게 일구는 힘의 원천을 다소나마 더 윤택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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