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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더위를 식히고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요즘 대형마트에 가보면 텐트, 삼겹살 불판, 번개탄, 코펠 등이 많이 팔리고, 가족들이 함께 와서 카트 가득 장을 보고 가는데 마치 이삿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휴가니 여행이니 이런 말 자체가 호사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어디를 떠난다는 것은 어쨌든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어디에선가 오랜 시간 머물다 돌아오면 원래 장소가 낯선 느낌이 든다. 낯선 느낌의 속성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감정과 의미가 이전과 달리 새롭다는’ 뜻일 것이다. 문학에도 그런 사조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러시아 형식주의의 일면인 ‘낯설게 만들기 기법(making strange, defamiliarization)’이다. 그것은 러시아 비평가 쉬클로프스키가 주창한 것으로 '사람과 사물, 기존의 작품을 낯선 각도에서 다시 보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보고자 하는 하나의 문학적인 기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낯설게 만들기’ 기법은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영국시인, 비평가)의 ‘객관적 상관물’ 개념과 더불어 중고등학교 문학 수업에서 약방의 감초 정도로 많이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사실 현대시에서 사물, 사람, 그리고 작품을 새롭게 보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 정서에 상응하는 일련의 단어나 이미지, 장면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 뭐 그리 어렵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를 쓰면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개념일 것이다. 이 ‘낯설게 보기’를 휴가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휴가란 무엇이고 그 의미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먼저 휴가는 주어진 일상을 잠깐 벗어나서 떨어져 있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우물 바깥에서 우물을 보고, 산 위에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보며, 우주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는 느낌과 유사할 것이다. 우리는 휴가 중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를 얻는 것이다.
둘째는, 휴가를 떠나고 일상을 벗어났으면 이제 철저히 객관적 타자(남)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것은 ‘파마콘’같은 요소가 되어, 신선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심양을 여행하든, 미국 플로리다를 여행하든, 아프리카 콩고를 여행하든 늘 된장찌개, 김치, 삼겹살만 구워 먹는다면 여행의 맛의 절반은 잃었다고 봐야 할 것이 아닐까? 나를 변화시킬 새로운 요소가 들어올 수 있도록 내 안의 공간을 비워 둘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이나 휴가를 통해서 나의 이성과 감정에 익숙하지 않는 경험도 기꺼이 수용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이제 새롭게 얻은 신선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각을 가져보면 좋겠다. ‘낯섦’은 어색한 것이 아니고 새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휴가와 여행에서 ‘낯설게 보기’ 기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일터와 주위 환경, 주변 인물들이 다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휴가가 아니어도 일상에서의 기쁨과 슬픔, 충격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과 육체는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 가혹하고 잔인하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그 변화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휴가를 받았다면, 혹시 받을 계획이라면, 소중한 이번 여름이 주는 시간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보는 경험을 해 볼 일이다. 따로 휴가가 없다면 주말이나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어서 나를 객관적으로 내려놓는 경험을 해 보자.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 해도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에너지를 얻는 잠깐의 여유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오늘도 생업에 매여 이런 잠깐의 짬마저 내기 어려운 우리 이웃들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서 말이다. 나를 ‘낯설고 새롭게 보게 하는’ 마술의 터널,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 그 아름다운 시간이 나의 코끝에서, 눈앞에서 또 아른거린다.
<쉬클로프스키(Viktor Borisovich Shklovskij 1893-1984) 러시아 형식주의와 현상학 창시 비평가. “예술이란 세계의 비전(봄)의 창조이며, 낯익은 것을 낯선 것으로 만드는 이화(異化) 기법이라고 주장함.>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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