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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서 한국은 다시 정치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긴 자는 약속을 파기하고, 패배한 자는 끊임없는 비방과 독설이 오가는 거대 양당의 싸움은 국민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그들끼리 여전히 뜨겁다. 국민들은 정치에 더욱 냉소적이고 지방 선거에 대해서도 그리 반갑지 않는 분위기다.
여당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혹은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공약파기는 정치 불신을 심화했고, 야당의 생존 게임같은 합당에다 기초선거 공천포기라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의 답답함까지 가지고 있어 국민의 심신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들 또한 민생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욱 각박해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에 현실이다. 차제에 우리 정치가 제발 그 얼음장 같은 논리보다 국민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온유의 정치가 살아나길 바란다.
온유(溫柔)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품이다. 성경은 이 성품을 하늘이 주는 거룩한 성품이라고 말한다. 온유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친절이다.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은 친절해야 되는데 그 친절은 상대방이 미안할 정도로 진심어린 섬김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친절’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왜 정치는 친절하지 않는가 왜 지도자는 한결같이 엄숙하며 형식인 예의에만 충실한가
노자(老子)가 스승인 상창을 찾아가 ‘도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노인이었던 상창은 자신의 입안을 보고 ‘내 이(齒)가 있냐’고 물었다. 노자는 ‘이가 다 빠졌다’고 말한다, ‘그럼 혀는 있는가?’ 묻자 ‘혀는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상창은 ‘가르침은 그쯤이면 됐다’ 라고 말한 후 노자는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강한 것을 물어뜯고 상대한 이는 세월의 무게에 다 빠지고 소리 없이 음식을 섞어 주던 부드러운 혀는 살아남는다. 즉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이다. 친절은 어떤 신념보다 강하다, 그래서 도덕경(道德經)에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깨달음을 남기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는 ‘온유한 자가 복이 있나니 그가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마5:5)고 가르치고 있다.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온유한 것이 땅(세상)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능히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런가? 정치인은 그들만의 논리, 혹은 조직의 프레임에 너무나 쉽게 동화되고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흥시의회가 서울대 캠퍼스유치 안을 놓고 파행을 일으킨 예를 보아도 어쩌면 그렇게 당론에 충실한가? 무공천 논리에 힘을 실어준 부끄러운 장면이었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라기는 조직에 충실한 당원보다, 시민에게 온유한 지도자가 배출되기 바란다. 화려한 웅변이나 경력보다, 시민의 삶과 함께 했던 사람, 늘 시민을 향해 눈길이 머무는 사람, 권력배경을 내세우기보다 진심과 대안을 보여줄 수 있는 신실한 일꾼, 상대 후보에게도 친절한 온유한 정치인, 참으로 국민에게 친절한 지방자치시대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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