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거! 상임위원회 위원장 어디 해 먹겠어?”
“기껏, 예산 심의해 놓으니까 예결위에서 다 헤집어 놔!”
부의장실에서 제법 큰 소리가 복도 밖으로 울려 나왔다.
그때의 시간이 2011년 5월 25일 오후 4시 시흥시의회 2층 복도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원장희의원(3선거구-군자동, 정왕본동, 정왕1동)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뷰티풀 시흥’에 관련된 예산에 있었다.
원의원은 이번 회기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1년 제1차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했다.
1차 추경안에는 다른 예산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전액 삭감시킨 ‘뷰티풀 시흥’의 예산이 함께 편성되어 안건에 올려져 있었다.
지난해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던 예산이 또다시 안건에 편성되어있자 의원들 사이에서 논쟁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상임위에서 심의한 결과 전액 삭감으로 중지를 모아 의결했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조원희)로 상정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결위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이귀훈, 박선옥, 이성덕)들이 삭감된 예산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시도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윤태학, 김영군, 조원희)들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양쪽 의원들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자 예결위는 정회를 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성덕의원 방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윤태학 부의장 방에 각각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동료의원들은 박선옥의원은 무슨 약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녁 9시까지 다시 시의회에 들어오겠다며 의회를 빠져 나갔고 나머지 의원들은 6시 30분쯤 의회에서 외부 식당에서 배달해온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어 갈 때 원의원이 윤부의장 사무실을 찾아왔던 것이다.
원의원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이딴 식으로 예결위 위원들이 행동한다면 뭐하러 상임위 활동을 하게 하는거야.”
“아예 처음부터 예결위에서 다 결정해 버리면 되잖아!”
“그러면 삭감 결정을 한 위원장은 뭐가 되느냐 말야!”
“위원장 시켜놓고 병신 만들어 놓고, 참 잘하는 짓이다.”
조원희 예결위 위원장이 말을 거든다.
“상임위에서 결정한 내용 그대로 가는 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상임위 위원들도 각자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겠죠.”
윤부의장 방에 함께 있던 이성덕의원은 한 마디 말도 없이 동료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어지는 원의원의 한마디.
“상임위 원안대로 결정이 안되면 위원장직 사퇴합니다.”
“지난해 본예산 심의 할 때 ‘뷰티풀 시흥’ 예산을 위원회에서 삭감했는데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려고 하더니 이번에도 또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참 나 ~ ”
지난해 12월 8일 시흥시의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1년 시흥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심사를 통해 ‘뷰티풀 시흥’ 제작예산 2억6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삭감을 주장한 의원들은 “지금의 ‘뷰티풀 시흥’은 시정소식지라기 보다는 김윤식 시장의 치적에 중점을 두는 개인 홍보지로 전락했다”며 삭감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삭감된 예산이 본회의에서 계수조정을 통해 부활시키려고 한데 그 원인이 있었다.
당시 삭감시킨 의원들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큰 소란을 빚었고 파행을 거듭한 결과 예산안은 삭감되고 말았다.
시흥시청 우정욱 공보정책담당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뷰티풀 시흥’의 운영계획으로 “내년부터 100명의 시민기자를 선발해 시정활동 참여의 폭을 넓힐 계획 이었다”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5월 25일 열린 예결위는 12시 자동 산회된 뒤 26일 하루 더 회기가 연장 되었고 심사결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말았다.
27일, 장재철의장은 상임위에서 삭감된 ‘뷰티풀 시흥’ 예산 7천700여만원을 다시 부활시켜 수정된 예산안을 직권 상정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당적의 시의원 5명은 표결에 앞서 전원 본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우리 시흥시는 하루 3,000만원이 넘는 군자지구 관련 이자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정소식지 발행이 급한 것이 아닙니다. 시급한 곳에 돈 쓸 일이 부지기수인데도 오늘 이와 같이 관련된 예산이 통과된다면 김윤식 시 정부는 제대로 돈 쓸 곳조차 파악하지 못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시정소식지 ‘뷰티풀 시흥’이 아닌 ‘더티 시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김영군의원-
“그런데 박선옥의원은 회의하다 말고 어디로 갔던 것입니까?”
“내 방에서 문 잠그고 불꺼놓고 있었는데요.”
“휴대전화도 안 받던데요.”
“네, 그것도 꺼놓았어요.”
“그럼 의회에 설치된 CCTV 확인해 볼까요?”
“···················”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주여, 이 죄인을 용서 하소서.”
전종학 기자/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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