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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용원장 시흥중앙한방병원 | ||
습도가 높은 여름은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한참동안 찌는 날씨가 지속되더니 하늘이 컴컴해지고 천둥이 우르르꽝 울리더니 마침내 쏟아지는 비. 후련하고 시원하여 상쾌함이 비할 데 없다. 여름의 멋은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치열함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이치는 인간의 생리에도 똑같이 적용되니 예를 들어보자.
더위를 참으며 장시간 고통을 받으면 전신에 힘이 쭉 빠지며 식은땀이 나고 배가 슬슬 아파온다. 배가 뒤틀리더니 끄르륵 쪼르륵 우당탕탕 소리가 난다. 아랫배가 뻐근히 아프면서 급한 변의가 생긴다. 곧 쏟아질 것 같이 뒤가 급해진다. 한바탕 물총을 쏘듯이 형체 없는 현탁액을 내리쏘고 나면 아프던 배는 시원하고 편해진다.
여름의 습열(濕熱)에 의한 설사를 한의학에서는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한다. 특히 소음인과 태음인 체질은 여름나기 전에 설사가 제일 큰 병이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더위를 이기려고 찬 음식이나 빙과류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여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전자를 열증이라 하고 후자를 냉증이라 구분한다.
설사를 한의학적으로 이해하면 직접적인 원인으로 습(濕)을 들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습열(濕熱)과 한습(寒濕)을 들 수 있다. 가령, 갈증이 있고 소변이 붉으며 점액성이 있는 설사를 습열로, 소변이 맑고 입이 마르지 않으며 소화가 되지 않은 설사를 한습으로 구분한다. 같은 설사라 해도 변증하여 처치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기타 계절과 상관없이 가슴이 그득하고 답답하며 썩은 냄새가 나는 트림을 하고 신물이 올라오며 냄새가 심하게 나는 설사는 소화불량에서 오는 식적설(食積泄), 식사량은 매우 적으면서 변은 자주 보고, 얼굴색이 하얀 것은 비허설(脾虛泄), 새벽마다 일정한 시간에 하는 설사는 신허설(腎虛泄)이라고 구분하여 치료한다.
여름이면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는 사람 중엔 소위 ‘속이 냉한 사람’이 한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꼭 한 번 뜸을 뜨도록 권하고 싶다. 배의 한가운데 임신선이 있는데 그 줄에 있는 배꼽과 검상돌기 끝과의 중간인 중완과 배꼽아래 5cm정도에 있는 단전에 직접 뜸을 뜨거나 배꼽에 간접으로 온구하는 방법이다.
직접 뜸을 뜰 때는 볼펜 심만한 뜸을 보통 5장 전후 뜨고 10일 정도 계속한다. 필자의 체험에 의하면 뱃속이 훈훈해지고 통증이 가시며 변이 굵어지고 횟수도 정상이 된다. 화상의 작은 상처가 나지만 2주 정도 지나면 딱지가 떨어진 후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작은 흔적만 남는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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