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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용원장 시흥중앙한방병원 | ||
“어머니, 봄이 탄 수레가 오는 곳은 들 건너 아지랑이 자욱한 언덕이라지요?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먼 언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장만영)
묘한 것이 계절의 변화이다. 죽은 것 같던 마른가지에는 물이 오르고 부풀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여러 가지 잎 모양을 선보인다. 얼어붙은 대지는 훈훈한 봄바람에 사르르 녹아내리고 여기저기 뾰쪽한 새싹들을 내보이는 것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언덕 양지쪽에서 나른한 봄볕에 졸고 있는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봄날은 졸린다. 고양이는 쥐잡기를 잊어버리고, 사람들은 빚진 것도 잊는다. 때로는 자기의 혼이 있는 것조차 망각하고 정신이 흐려진다.’고 하는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다 펴지 못하고 나른해지며 일어나기 싫고 일어나도 졸리는 것이다. 학생은 교실에서, 주부는 집안에서, 직장인은 직장에서 오가는 버스, 전철 속에서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없으며 졸리운 것이다.
봄은 오행으로 보아 목(木)의 기운이 왕성한 계절로 솟아오르는 기운이 강한 때이다. 영어에도 봄은 스프링(Spring), 곧 솟아오른다는 뜻이니 상통하는 바 있다. 춘곤증은 겨울동안 움츠리고 감추어지는 기운이 아직 풀리지 않은 데서 발생하는 일종의 부적응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즉 체내의 봄의 기운인 발진(發陳)의 힘이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고 사물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생물체도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는데 체내에서는 그 속도를 맞추지 못한 탓이다. 한의학에서는 건강법은 자연의 섭리에 맞춰 사는 것이 그 원리이다. <황제내경>에 수록된 양생법 중 봄의 양생법을 소개한다.
봄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원을 큰 걸음으로 걸어 가볍게 운동을 하라. 봄에는 간장병에 걸리기 쉽다. 싹이 움트는 약동의 기운을 몸 안에서 느끼도록 움직이라는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이상의 지침을 실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황제내경>의 권장사항은 오늘날의 상식으로 볼 때도 매우 합리적인 것이며 실현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단순하게 잠자는 시간만 보면 그 요지는 태양의 일조시간에 활동과 수면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밤이 길 때는 오래 자고, 짧으면 조금만 자는 것이다.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늦게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낮에는 자리를 박차고 야외에 나가서 햇볕을 많이 쪼이는 것이 좋다. 산보나 등산을 다니는 것도 나른함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다. 일조시간을 늘려 생체리듬을 조절해 주는 것이다.
아울러 봄에 나는 봄나물을 많이 먹어서 너물이 가지고 있는 봄의 기운을 섭취하여 체내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좋겠다. 지나치게 나른하고 입맛이 없을 때에는 보중익기탕, 쌍화탕 등의 방제도 매우 효과적이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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