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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퍽이나 좋아하고 따랐던 고모님이 계셨다. 고모님은 목청이 좋으셔서 구성진 가락의 노래도 잘하셨고 무엇보다 유머와 위트가 많으셨다. 집안 행사나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특유의 너스레와 친화력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을라치면 모두는 즐거웠다. 당시엔 고모님이 너무 오버(?)하신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고모님만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한마디로 고모님은 수다쟁이셨다.
그리스 ‘데살로니키’ 라는 도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이다. 그 도시 사람들은 저녁이면 아리스토텔레스광장에서 3~4시간동안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떤 후에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프랑스도 비슷한데 바칼로레아라는 대학 입시 논술 시험이 있고 나면 온 시민들이 그 논술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토론을 벌이는데 저녁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를 좋아하는 라틴계통의 나라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수다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 우리는 <수다>가 매우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다는 소통을 뜻하고, 수다는 공감을 일으키고, 수다에 빠져있는 동안 우리는 몰입하게 된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만약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도 스마트폰을 그렇게 찾을 것인가? 아니면 나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필요로 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에디톨로지’를 쓴 김정운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인은 너무 재미없게 산다. 그 이유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고 그러기에 재미난 스토리를 기반으로 수다를 떨 동료가 없어서 그렇다.’라고 했다. 한의사들의 모임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힘들다, 사는 것이 재미없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보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의원을 할 때보다 잠을 못자고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해야 되는 학부 때가 객관적으로 보면 더 힘들 때였다. 그런데 왜 지금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인가. 그것은 수다를 나눌 동료가 없어서 일 것이다. 아무리 힘든 시험이 있고 재시험을 치더라도 함께 힘든 과정을 함께 견뎌나가는 동료가 있는 학부 때가 정신적으로 덜 힘들게 느껴졌던 것이다. 개원의사들 대부분이 문제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만한 동료가 없다. 늘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것이다.
몰입에 대해 평생을 연구한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은 고도의 집중상태를 유지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몰입을 하면 삶이 충만해 진다고 느끼고 스스로 진화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몰입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많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많이 갖을수록 우리는 발전하고 진화하게 된다. 의료인들에게는 경영강의나 학문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수다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병원이나 사업체를 운영해본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사장이나 원장이 몰입하고 즐거워야 손님도 많고 경영이 잘된다.
우리에겐 수다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수다에 빠지면 3~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몰입하는 수다를 통해 서로 발전하고 더 재미있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 재미난 스토리가 많은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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