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지방재정 공시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시흥시가 시 홈페이지에 공시한 지난해의 시흥시 살림살이 내역은 한마디로 무슨 난수표를 들여다보는 듯 쉽게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시흥시는 “그동안 재정현황을 지극히 형식적인 차원에서 단순하게 공개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시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도표와 그래프 등을 인용, 설명자료와 함께 공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공시된 내용은 산만하고 어지럽다.
물론 전문용어와 수치로 짜여질 수밖에 없는 물경 6천억원에 가까운 방대하고 복잡한 시의 살림살이 현황을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쉽게 요약하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 시민들이 시 재정집행 내용을 알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공시제도라면 용어 사용에서부터 신경을 쓰면서 보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밝히려는 노력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번 시흥시 지방재정 공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시 재정의 90% 가까이가 주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외수입이라고 해야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제외하면 지역 내 공유지를 매각해 벌어들인 것이 전부다.
시흥시 재정이 지방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게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재정수입이라는 것이 외자유치를 통한 외국기업의 수익창출에 따른 효과나 첨단기업 유치에 따른 부가가치 효과는 전무한 상황에서 거의 일반 주민의 혈세성격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시 당국이 앉아서 주민의 세금을 받아 시 살림을 꾸리는 것은 할 일을 다 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지역의 발전과 재정자립도를 위해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시 재정 수입원 개발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의 예가 그 좋은 본보기다.
손학규 전 지사는 2002년 7월 도지사 취임 이후 4년간 경기도 공무원들과 함께 태평양과 대서양을 총 21차례나 건너며 113개 외국기업으로부터 모두 140억56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 4년간 지구 8바퀴에 해당하는 32만2732km를 누빈 끝에 이뤄낸 성과다.
경기도에 유치한 외국기업들은 5만여명의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부수적인 것이다. 이들 외국 첨단기업들이
앞으로 한국 첨단기술 산업의 토대가 되고 기초가 될 때 그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경기도를 외자유치의 메카로 끌어올린 손
전 지사와 경기도 공무원들은 지방자치의 구체적인 모델을 보여줬다. 기초자치단체도 이런 실사구시적 차원에서 행정을 펼쳐야 한다. 지방재정 공시에
즈음하여 시흥시의 일대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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