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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는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버려 많은 상흔을 남겨두고 갔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고대했던 길고도 긴 한해였던 것 같다. 드디어 맞이한 새해는 기다린 만큼이나 반갑다.
해가 바뀌는 의미는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둔다. 오래된 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는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보내버려야 하는 제1목록은 바로 ‘안전 불감증’일 것이다. 지난해에 일어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천정 붕괴, 세월호 침몰, 고양 시외버스 터미널 화재, 군(軍) 내부의 총기 난사 및 구타학대 사망사건, 판교 테크노마트 환풍구 붕괴 등등 대형 사고들은 아주 오래된 안전 불감증에서 유래된 인재 사고였다.
물보다 땅이 더 낮은 국가 네덜란드의 한 소년 이야기가 있다. 바닷물을 막은 둑에 조그만 균열이 일어나 바닷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소년은 자신의 손과 팔뚝으로 그 구멍을 막음으로써 시간을 벌어 큰 사고를 막고 마을 전체를 위기에서 건졌다는 일화이다.
아무리 큰 사고라 해도 발단은 기초적이고 조그만 안전의식의 불비에서 유발된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이 사회 전반에서 오래되고 낡은 안전 불감증을 버리고, 돌다리도 두 번 세 번 두드리고 건너는 안전제일의 정신이 우리 가운데 근본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 TV에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오지의 힘든 환경에서 가난한 삶을 사는 어린이들의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내용의 방송을 보았다.
그곳에 간 청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비보이 댄스 혹은 마술 등의 재능을 기부하고 현지인의 호응을 얻어 그 어린이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진한 감동과 더불어 한 가지 느끼는 점은, 인간이란 어떠한 열악한 환경이라 해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키면서 자존감을 가지고 굳건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세기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선진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제도를 도입·시행해 오는 동안 송구영신의 참 정신을 잊은 채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을 죄다 버리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로지 양적 성장을 목표로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통한 승부와 패배자의 추락이 판을 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이나 땅콩회항 사건 등은 그 일각을 드러낸 사건으로 법을 무시하는 지배층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을미년 새해에는 버려야 할 구습들이 많지만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될 것들은 꼭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오래 되었지만 버려서는 안 될 것들이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정신과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관습과 문화의 전통이다.
중단 없이 흐르는 세계 역사의 큰 물결 속에서 한 민족, 한 나라로 이루어진 하나의 배를 타고 가는 우리민족 주체성의 방향을 유지하는 키가 바로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배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와 사회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격랑의 세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순항하도록 봉공(奉公)을 위해 멸사(滅私)하는 자세로 새해를 시작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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