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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벗 고 제정구 선생의 15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제정구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추모행사에는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인사들 3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억했다. 특히 올해 추모행사에는 고인의 청빈사상과 공동체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제1회 제정구 상(賞) 시상식과 제정구 선생, 정일우 신부의 강연테이프를 엮은 책 ‘가난살이’의 헌정식이 진행됐다.
제정구(諸廷坵)선생(1944-1999)은
1944년 경남 고성군 대가면 척정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유신정권시절 민주화운동의 일선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였으며 ‘민청학련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973년 청계천판자촌에서 “도시빈민들을 내버려두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구이며 위선이라는” 생각을 굳히고 이곳에 살기 시작하여 ‘배달학당’을 여는 등 본격적인 도시빈민운동에 투신하였다.
1977년 양평동 철거민들과 경기도 시흥군 소래면 신천리로 이주하여 ‘복음자리마을’을, 1979년 ‘한독마을’, 1985년 ‘목화마을’을 건설하였다.
이곳에서 복음신용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복음장학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주민들의 자립을 주도하였다.
1985년 천주교도시빈민사목협의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도시빈민연구소를 세웠다.
1986년 정일우 신부와 함께 막사이사이상 지역사회지도부문을 수상했다.
천주교사회운동협의회 의장, 한국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이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1987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로 활약했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하여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정치일선에 몸담아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으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건설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하였다. 1999년 2월 9일 폐암으로 별세, 국민훈장모란장을 추서 받았다.
제1회 제정구 상(賞)
(사)제정구기념사업회는 제정구 선생의 청빈사상과 공동체정신을 연구·계승 발전시켜 민족문화를 창달하고, 함께 사는 나눔과 생명의 문화사회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구상(賞)을 제정했다.
제정구 상(賞)은 제정구 선생이 빈민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빈민현장에서 빈민들과 함께, 조직하고 실천하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함으로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 변화의 주역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에 힘이 되고, 이를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함이다.
제1회 제정구 상(賞) 수상자는 태국 빈민운동과 아시아 빈민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Abhayuth Chantrabha(AKe)와 Jeffry Wong(Jeff)가 추천되었다.
Ake는 대학시절 가난의 문제와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과 운동에 함께 하고자 빈민지역에 살면서 주민조직가 훈련을 받았다.
그 후로 주민조직가로서 삶을 살며 지금까지 슬럼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철거당하는 사람들, 생존권이 위협받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하며, 스스로 자신의 힘을 조직하는 일에 헌신해 왔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변화와 사회정의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지금도 그는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조직되기를 원하고 있다.
Jeff는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 정치학을 공부했다. 태국사회운동과 민주화에 대한 박사학위논문을 위해 태국에 왔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과 투쟁의 동지가 되었다.
그 후 도시빈민의 기본인권과 주거권을 옹호하고 조직하는, 슬럼지역 주민과 노숙자들의 조직인 FRSN(Four Region Slum Network)를 돕는 일에 열심을 다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투쟁의 길에 함께 있음을 영광스러워한다.
또한 Ake와 Jeff는 2011년부터 아시아주민운동연대(LOCOA)를 위해서 일해오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를 촉진하고, 강제철거에 저항하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힘을 강화하는 일을 조직하고 있다.
Ake와 Jeff에게 주어지는 제정구상은 한국의 주민운동과 태국 및 아시아 주민운동이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70, 80년대에 한국의 주민운동이 아시아로부터 받은 연대와 지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의 주민조직가들이나 활동가들에게 주민운동에 대한 신념과 주민조직가의 삶을 향한 도전과 자극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가난살이」
2013년 여름, 명동에 소재한 국제가톨릭형제회(A·F·I) 전·진·상 영성센터 내부수리 중 짐을 정리하다가 발견된 정일우 신부님과 제정구 선생님의 강연 테이프를 책 「가난살이」로 엮었다.
그 상자에는 함석헌 선생님의 노자강연, 박형규 목사님, 정일우 신부님, 제정구 선생님의 강연 테이프가 담겨 있었다.
전·진·상 영성센터 월요강좌는 1970년부터 ‘진리 편에 서서’ ‘자유를 향하여’ 등의 시민교육 주제로 20년 이상 지속된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강좌다.
정일우 신부님은 1986년에, 제정구 선생님은 1989년과 1990년에 월요강좌에서 강연한 것이니까 적어도 20년 세월이 흘러 한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정일우 신부님의 강연에서 교회가 왜 가난해야 하는가와 참인간이 된다는 것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생명과 구원의 주인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또 제정구 선생님의 강연에서는 생명과 생명의 흐름을 보는 눈이 역사를 보는 눈이라는 것과 참 민중의 시대는 모든 인간이 인간으로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단법인 제정구기념사업회가 펴냈으며, 값은 1만원이다.
(☎ 제정구기념사업회 사무국 02-747-9052-9057)
이희연 기자/j5900@chol.com
이희연 기자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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