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도리(道理)

추운 겨울 만큼이나 시흥 공직사회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밖으로는 사정기관에 비리가 적발돼 구속되거나 재판과정에서 법정구속 되는가 하면 안으로는 공무원들끼리의 갈등 표출로 직위가 해제되는 일련의 사태는 그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연말 경기도가 벌인 시흥시 감사결과는 부적절한 공무처리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공무원 80명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것도 사사로이 지나칠 수 없는 사건들이다.

지난해 9월 김윤식 시흥시장은 ‘석고대죄(席藁待罪)’란 제목으로 지역언론을 비롯 중앙언론에 제법 큰 지면을 장식하였다.

당시 시청 과장 1명과 계장 1명이 국도 우회도로 공사를 하던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800만원과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었다.

김 시장은 “시민께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시청 식구들께는 공직자의 도리를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김 시장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터져 나오는 공직비리와 내부적 갈등은 제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 감사팀이 시청을 기습 점검하여 사무실 캐비넷에 소액의 상품권이 발견돼 모 간부가 징계를 받는 일이 일어났다.

희대의 뽀샵(포토샵 소프트웨어의 별칭) 사건은 여러 사건중의 압권이었다. 민원인으로부터 일정금액을 받고 단속사진을 위조 또는 변조하여 행정처벌을 받지 않도록 오랫동안 집단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린벨트 위법행위를 단속해온 청경 15명중 11명(구속 3명, 불구속 8명)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흑용의 해인 올해 1월, 1명의 동장과 2명의 사무장 등이 직위해제 당했다. 그 이유인 즉은 민원인들이 있는 청내 민원실에서 욕설이 오가는 격한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고나 주의촉구 등 가벼운 징계를 내렸던 일반적인 관례를 벗어나 직위해제라는 극한의 인사가 이루어 졌다. 공무원 김시장이 석고대죄하며 일갈한 ‘공직자의 도리’가 인사로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리더십의 부재를 먼저 손꼽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직자의 윤리가 앞서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은 공무원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같은 경우겠지만 공무원도 시민으로부터 ‘불신’이란 낙인이 찍히면 존경과 신뢰대신 멸시와 조롱, 그리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인기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이란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이지만 ‘약육강식’이 늘 존재한다. 자연은 약자를 잡아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자연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한다.

시흥시 공직사회에는 ‘윤식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

<전종학 주필>

시흥신문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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