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경의 격정대담 (1) / 시흥시장 김윤식

시장과 백분정도 얘기를 나누었다.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길게 얘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단어 하나하나 신경을 쓰면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담을 통해 확인한 것은 시장의 업무 분야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 게다가 김 시장의 표현대로 “세세한 부분에 대한 고려와 큰 방향을 잡아 나가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별로 없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게 되었다. 시청 바깥에서 김 시장에 대한 비판은 어렵지 않게 접한다. 그러나 막상 면전에서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흠을 잡기는 어려웠다.

주영경(이하 주) : 시청 공보개념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내게 유리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 그런 차원에서 오늘 얘기를 진행하겠다. 그동안 <시흥신문>에서 시장에 대한 비난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우리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왜 파리시장처럼, 브라질 꾸리찌바 시장처럼, 싱가폴의 지도자처럼 못하느냐 그런 차원으로 봐 주고, 한편 김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으로 이해해달라. 2006년 지방선거 후보때 군자지구 매입 반대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의 입장은 무엇이었나?

김윤식시장(이하 김) : 우선 기초 자치단체가 대규모 토지를 매입해서 개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이철규시장 시절에 공영개발사업을 벌였고 세 개지구 분양시점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물론 이후 국가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분양을 하긴 했지만 아찔한 경험이다. 지금 군자지구 개발을 하는데 기초단체가 이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을 직적 벌이는 것은 유례 없는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당시 계약 체결에 위법적인 요소가 있었고 그 점을 지적했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이후 시청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군자매립지에서 나오는 이익을 시에 환수하는 쪽으로 노력할 때 해당 위원회 간사로 참여했다. 당시 한화와 시흥시의 협약에 의하면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15만 평을 기부채납 받기로 했는데 당시 매매계약 에서는 절반인 7만 5천평으로 줄었다. 시장과 한화 대표이사가 날인하고 공증까지 한 협약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위반이라는 문제제기였다.

주 : 기초단체가 대규모 토지개발사업을 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이면, 당시 시장이었으면 매입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김 : 그렇다.

주 : 매입가가 낮았기 때문에 매입 자체가 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남은 과제는 분양 가능성과 서울대 유치문제다. 우선 분양 얘기부터 하면, 송도, 청라 지구, 그리고 지역 내의 보금자리 사업 등은 군자지구 분양에 불리한 조건이다.

김 : 매입을 반대했지만 개발을 성공시켜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위기이다. 외환위기 때 보다 더 힘든 조건이다. 매우 부담스럽다. 한편으로는 시장으로서 대규모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볼 수 있다는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분양은 시장의 의지를 벗어난 그런 일이다. 송도나 청라 역시 분양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군자는 상당한 차별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하기 어렵다. 가격 경쟁력만 갖고는 어렵다. 그러기에 서울대 프로젝트에 목을 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가나 아파트 짓는 그런 도시로 가면 부동산 시장을 볼 때 망한다. 과거에는 그런 도시 만들면 잘 팔렸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다르다. 서울대 프로젝트가 절박하다.

주 : 분양과 서울대 유치, 두 가지 문제로 보았는데 분양 전망도 서울대 유치에 직결되어 있다면 결국 문제는 서울대 유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 유치를 전담하고 있는 시흥시청의 공무원들 얘기를 듣다보면 유치 가능성에 대해 말할 때 사실에 기반을 두기보다 신념이나 종교에서 나오는 말 같은 느낌이다. 반드시 온다고 말하는데 근거가 약하다.

김 : 오늘 아침에 서울대 마스트플랜 보고가 있었다. 엔지니어링 회사 뿐 아니라 회계법인, 법무법인도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수개월에 걸친 작업 결과가 나와서 서울대에 보고되었고 오늘 시에 왔고 조만간 의회에도 보고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서울대 입장에서 설명하면, 서울대가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을 위한 마스트플랜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핵심 프로젝트다. 정식 명칭은‘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 및 교육 의료 산학클러스터 조성사업’이다. 우리 시는 이미 지난 4일 이 사업을 위한 도시계획에 관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쳤다. 현재 일정으로는 금년 내에 서울대와 시흥시 사이에 실시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지금 협약서 내용을 다듬고 있다. 이 초안작성에는 송도 연세대 캠퍼스 사업을 이끌었던 회계법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협약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금년 내에 종결될 것이다.

주 : 서울대 유치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서울대나 시흥시의 의지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서울대가 사업에 필요한 돈이 있느냐, 서울대 학생들에게 시흥으로 가라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다.

김 : 그 점에 대한 답은 송도의 연세대 사례가 될 것이다. 2009년 취임 하고나서 송도의 연세대 사례부터 연구했다. 어젯밤에도 송도국제화복합도시 관계자들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송도 연세대는 성공사례다. 연세대는 사립대이고 서울대는 법인화 파동을 겪고 있는 국립대다. 차이는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비슷하게 풀려갈 것이다.

주 : 그런데 송도에 연세대 들어갈 당시와 지금 분양 경기는 또 차이가 있다.

김 : 연세대는 지금도 잘 풀려가고 있다. 수익용지를 제공하여 그 수익으로 교육용지를 개발하는 방식인데, 송도의 여타 지역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연세대의 수익용지는 잘 풀려가고 있다. 연세대가 앵커 역할을 잘 해 주는 셈이다. (앵커는 전략적 주요 지점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편집자)

주 : 대학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분양이 잘 된다는 얘기인데,,

김 : 그렇다. 분명 대학은 앵커 역할을 한다. 군자지구도 주거와 상업용지로만 가면 실패한다. 군자지구의 핵심 앵커 역할을 대학과 병원이 해 줄 것이다.

주 : 이렇게 싸늘한 경제상황에 대한 해법도 서울대에 있다는 얘기인가.

김 : 그렇다. 지금 시범사업단지, 공동주택용지 두 덩이를 시범 분양 중이다. 요즘 같은 경기에도 5군데에서 의향서가 들어왔다. 1군업체들 모두 방문해서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지자체는 처음보았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 업체들이 묻는 말에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가 오느냐는 것이다. 서울대만 온다면 이런 경기에도 들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주 : 이런 분위기에서는 서울대가 못 오면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말도 못 꺼내겠다. 서울대가 군자지구 미래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 시의회에서도 서울대가 안 오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이 있었다. 답변을 작성 중인데 아마 서울대가 못 오는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답변으로 갈 것 같다.

주 : 불안한 면이 있다. 세상일들에는 제2안이 있을 때 든든한 부분이 있다. 군자지구 얘기가 길었다. 교육문제 얘기로 들어가 보자. 시장은 시흥시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혁신교육 확대에 비중을 두고 있다.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욕구와 시장의 해법 사이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혁신교육은 경기 교육 수장의 방침인데 우리 시 나름의 교육 전략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

김 : 2008학년도 시흥시 중학교 졸업생 중 180점 이상 학생들의 관내 고등학교 진학률이 24%였다. 그러나 2011학년도에는 68%로 껑충 뛰었다. 내년에는 더 높아져서 80%대에 육박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시흥시는 이전부터 명문고 육성사업을 펼쳐서 기숙사 지원 등의 파격적 지원을 시에서 해 왔다. 그리고 함현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되면서 우수자원이 많이 진학한다. 부모들이 바라는 소위 수도권대학에 많이 보내는 고등학교라는 것이 교육 가치의 측면에서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으로 시민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함현고에는 내년 시비 10억을 투입하여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이 바라는 교육과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전인적 성장을 끌어주는 혁신 교육, 이 두가지가 다른 궤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 행정이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몫이 존재한다. 방과후 교실이라든가 예체능 동아리 활동 지원, 교육관련 자원을 모아서 학생들과 연결시켜 주는 일 같은, 지자체가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런 활동들을 더욱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주 :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들이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시흥지역 학교 교사들 중 시흥에 사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시흥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자녀 교육환경 때문에 이곳에 오지 못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가는 구석이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아이러니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가까운 곳에 살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다. 교사들을 위한 숙소 혜택 이런 것은 어려운가?

김 : 2009년에 LH와 협의했는데 두가지를 얘기했다. 우수 교사를 위한 숙소와 시 역시 우수 자원 유치를 위한 숙소를 사원주택 식으로 마련할 수 없을까 의논했다. 지금 공무원을 안정된 직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9급의 실수령액이 1백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것 가지고 어떻게 돈 모아서 시집 장가 가느냐. 주택에 대한 대책이 있으면 우리 시의 공무원들이 안정성이 높아지고 우수한 자원 확보도 쉬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주택공급규칙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 시 공무원을 위한 장기저리 전세자금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예산을 세웠으나 의회에서 삭감당했다. 우수 교사나 우수 공무원 유치를 위해서 주택 문제를 도와주면 좋을텐데 현재 시민의식이나 제도로는 방법이 없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시흥시 학교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가고 주변 도시들에서 평준화를 추진하는 이런 상황 변화가 교육 때문에 떠나야 했던 시흥시의 처지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 : 함현고 매화고 같은 데에 다녀보면 시장의 교육 열의가 높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고맙게 생각한다.

주영경기자/j5900@chol.com

사진 김용봉 시흥라디오대표

시흥신문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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