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자원봉사자 정기숙씨 | ||
광명시의 많은 봉사단체에서 일원으로 또는 단체장으로 있으면서 못배우고 소외된 사람에게 글을 가르치는 한편 나눔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정기숙 할머니. 정작 그녀는 자신의 일을 허드렛일로 비유한다. 그녀는 일흔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해맑은 얼굴로 자신의 이웃사랑이 남보다 자기에게 더 도움이 됐다고 겸손해 한다.
진심으로 나눔의 사랑을 표현한다면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특히 도움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해지고, 대가없이 남을 돕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방학만 되면 시골에 내려가 야학등 봉사활동을 해왔으니까 저는 이것이 천분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엉성하게 벽돌 쌓아 천막 친 낡은 집이었지만 그 속에서 밤이면 가난한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었어요. 대학졸업 후 교직생활을 하다 결혼을 했지만 이것이 저의 파란만장한 고행 길이었어요. 두 남매를 키우며 어렵게 살다보니 거의 아무 여유가 없었어요. 왜 제가 ‘삶의 여유로움’을 강조하는지 아시죠?”
그는 문학인이다. 한국예총산하 문인협회 지부장을 맡기도 하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97년에 등단하여 한국문학신인상까지 받은 시인이다. 매일매일 시를 쓴다는 정할머니. 손으로 쓰는 시가 아니고 몸으로 쓰는 시이기에 그녀의 행보는 시의 씨실과 날실이 된다. 그녀의 봉사는 먹고사는 일로 제때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문학적 감수성을 조금 나누어주는 것뿐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하는 일인 만큼 부담이 없고 일자체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
“제가 즐거우니까 이런 봉사활동을 하는 거죠.”라는 정할머니는 “모든 것을 패스트음식 먹듯이 ‘빨리빨리’만 요구하는 젊은이들이 삶의 여유를 얻는 유일한 길은 봉사”라고 웃으며 말한다. 바쁘게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한번쯤 새겨듣는 것도 좋을 듯싶다.
봉사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란 질문에 ‘내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일인데 어려운 일 있으면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간혹 저의 본심을 몰라주고 색안경 끼고 저를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가면 ‘혼자만 남았다’고 깨닫는 지 차츰 마음을 열고 한식구로 대해줍니다. 저는 20년 광명에 살면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시민의 협조가 너무 잘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광명이 좋아요.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이죠. 넓은 녹지공간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문명이 공존하는 광명은 생활터전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어느덧 화제는 광명의 발전상으로 이어졌다. “ 문화·예술을 살리는 도시공간, 사통팔달의 대중교통망, 근린공원과 주변 체육시설을 아우른 녹지공간이 ‘광명’이라는 이름으로 작지만 큰 도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욕구에 부응하는 정월대보름 축제와 음악밸리 축제는 품격 높은 문화·예술의 도시로써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전국 어디든 일일권으로 압축하는 연계도로망은 광명을 탈지역화시켜 많은 사람이 옮겨와 더불어 살게 합니다. 구름산, 도덕산, 서독산과 안양천, 목감천을 묶는 그린벨트는 각종 근린공원과 주변 체육시설과 연계를 통해 직장일로 심신이 지친 샐러리맨에겐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충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그의 광명예찬은 끝이 없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자기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인간답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혜택 받은 만큼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할 때 정할머니의 지역자랑은 애향심을 넘어 지역지킴이로서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제가 하는 노력은 다른 자원봉사자의 10분의 1도 안됩니다. 지금 광명역에 가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국근로자를 위해 안내나 통역도우미를 하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원, 소외노인과 가난하여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방문하여 위로하는 적십자 소속단원들, 각종 재해 및 사고를 방지하고 대처하기위해 비상대기하고 있는 자율방범 소속단원 등 헤아릴 수 없는 단체나 봉사자의 숨은 노력이 우리 광명을 사람답게 사는 지역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지요.” 조만간 시집도 내고 시낭송대회도 열겠다는 정기숙 할머니. 그의 멋진 희망이 나이는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늙는다는 역설적 명제가 현실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최길열 기자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