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가 밝았다.
토끼는 12지지(地支)에서 4번째이고 동쪽을 가리키며 토끼를 간지(干支)로 표시할 때 묘(卯)자를 쓰는 것은 토끼의 의미 보다는 ‘네 번째’라는 뜻이다. 민담 속에서 토끼는 꾀가 많은 동물이지만 달로는 농사가 시작되는 음력 2월이기에 성장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만큼 옛 사람들은 토끼를 통해 지혜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토끼는 만물의 생장·번창·풍요를 상징했으며 전통문화 속 토끼는 몸집은 작지만 영특한 동물로 그려진다.
토끼는 또한 자기보다 사나운 동물 등을 만나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절대 함께 도망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 최소한 한 마리는 종족번식을 위해 살아남는다.
옛 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를 속이는 토끼, 자라를 속이는 이야기에서 토끼는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아 한다. 토끼는 용왕에게 간을 빼앗겨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간을 햇볕에 말리려고 뭍에 꺼내 놓고 왔다’고 속여 위기를 모면하는 대단한 꾀보다.
토끼의 영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기와 재난을 피하기 위해 굴을 세 개씩이나 파거나(狡兎三窟), 호랑이 없는 굴에선 토끼가 왕 노릇을 한다(谷無虎 先生兎), 토끼는 죽었을 때 울어줄 친구 여우도 있다(兎死狐悲)는 말은 간사스럽고 영악한 여우가 토끼의 죽음을 애도할 정도면 토끼의 품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토끼는 깊은 산 속 옹달샘 물도 새벽에 가장 먼저 와서 마실 정도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토끼는 민첩한 특성 때문에 심부름꾼이나 전령 등의 역할을 자주 맡아 유교적인 측면에서 충성스러운 동물로 나타난다.
민간 설화에서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토끼는 도교적으로 장생불사를 표상한다.
즉, 토끼는 순결함과 평화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이상향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총명하고 날쌔며 위기극복을 잘하고 지혜로우며 해학적인 동물 토끼. 토끼의 쫑긋하게 솟은 두 귀는 소통의 시작인 경청(傾聽)이고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의 마음까지 이해하려는 ‘이청득심(以聽得心)’과 같은 어짊과 지혜를 상징한다.
토끼는 자만에 빠져 거북이와의 경주에서도 지고, 정월 초 여러 동물들과 같이 하늘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다 자신의 빠른 발만을 믿고 샛길에서 늦잠을 자다 결국 ‘네 번째’로 하늘님에게 인사하게 된 교만과 어리석음도 있지만 여전히 풍요와 성장의 상징으로 옛 문헌 속에 기억된다.
특히,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등과 같은 맹수로부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물들을 위험에서 지혜로 구해내는 영특함의 대명사, 의로운 동물로 인간들 곁에 머물러 왔다.
2011년 신묘년 새해, 호랑이의 허세보다 토끼의 지혜로 어려움을 함께 하고 토끼의 커다란 귀처럼 상대방의 말을 보다 많이 듣고 이해하며 존중하자.
토끼의 지혜와 감각, 소통의 창구와도 같은 커다란 두 귀를 더욱 쫑긋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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