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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사회디자인 이사 | ||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성남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지불유예를 선언하였다. 주택토지공사에 지불해야 할 이익금을 전용하여 성남호화시청사를 짓는 등 방만한 재정운용을 한 결과이다. 인구 백만의 도시이자 높은 재정자립도를 나타내던 성남시의 지불유예선언은 실로 충격적이었고 주택토지공사는 성남시의 개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그에 성남시의 구도심민심은 요동쳤다. 이 충격적인 사안에 대하여 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작 지방재정파탄의 원인과 파장을 파헤치지도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지도 못한 체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성남시 지불유예선언 당시 방만한 재정운용과 분식회계로 파산한 일본의 유바리시의 비참한 사례가 언론지상에 소개되었다. 선심성 공약이 남무하고 대규모 토목사업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자치단체 현실인 점을 감안해 보면 다시 한 번 유바리시의 몰락과정과 사례를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유바리 현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위치한 소규모 도시로 과거에는 탄도(炭都)라고 불렸던 인구12만에 석탄생산400만 톤을 자랑했던 지역이었지만 1970년대 일본정부의 에너지정책전환으로 석탄 산업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인구는 2만 이하로 줄어들어 도시는 활기를 잃어갔다. 1979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바리시의 나카다시장은 탄광에서 관광으로 슬로건을 꺼내들었고 탄광촌을 관광촌으로 바꾸는 야심작으로 1983년 테마파크인 ‘탄광역사촌’ 만들었다. 이후 3년간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이 넘었고 일본경제의 거품이 절정에 달한 1991년에는 방문객이 230만까지 달했다. 유바리시는 쇄락한 탄광도시에서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었고 유바리시장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에 고무된 유바리시는 각 가지 대규모 투자 사업에 몰두했다. 지방채를 발행하여 석탄박물관, 대규모리조트, 호텔, 스키장에 투자되었다.
이러한 지방채를 동원한 무리한 사업은 1990년대 후반이후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재정적자를 가속화 했고 일본정부의 지방교부세의 삭감, 폐광지역의 지원교부금의 중지 등으로 세입이 축소되어 재정파탄의 위험이 노정되었다. 유바리시는 지방채 발행조차 어려워지자 재정적자의 노출을 꺼려한 나머지 일시차입금제도를 악용하여 12개금융권에 돈을 빌려 시의 사업회계에 빌려주는 분식회계를 통하여 재정위기를 은폐해왔던 것이다
또한 유바리시와 민간이 공동출자하여 제3섹터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던 유바리시의 관광회사의 재정규모는 유바리시의 표준재정규모의 2배 이상 규모였다고 한다. 이에 의회는 시정부는 사실상 유바리시의 투자 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관광회사등의 경영상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지만 유바리시로부터 거절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의회는 일반회계에 대한 실적적인 심의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03년 24년간을 집권하였던 나카다시장이 죽고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지만 재정 상태는 갈수록 약화되어 2006년 재정건전단체(사실상의 파산)로 지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일본의 성공적 모델이었던 유바리시는 최악의 사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방만하고 무리한 투자, 그리고 재정위기를 은폐하기 위하여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인한 유바리시의 파산의 결과는 가혹했다. 공무원은 1/3로 감축되었고 시립병원은 민간에 이전되었고 시민회관과 노인복지회관은 폐쇄되었다. 초등학교7개와 중학교4개는 각각 하나로 통폐합되는 조치가 단행되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 까지 적지 않은 세월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부정과 은폐가 가능했을까? 1979년 이후 24년간 집권한 나카다시장은 한때나마 유바리시를 부흥시킨 영웅이었다. 그것이 결국은 대책 없는 빚잔치에 불과한 신기루 같은 것이었지만 성공신화에 기댄 나카다시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웠고 공무원들은 완벽하게 장악되어 분식회계라는 범죄행위에 동원되었다. 지역시민단체는 미미하였고 지역 언론조차 유바리시의 정책에 한마디 비판을 하지 못하였고 시장의 장기집권 속에서 거수기로 전락한 시의회는 시장의 예산전용과 분식회계에 대하여 단 한 번의 경고도 하지 못했다.
매우 불안한 경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자치단체는 대규모의 토목사업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것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준다는 명분이 내걸리면 비판의 목소리는 내기 힘들어진다.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진 상황에서 감시와 견제 대신 탈법과 독선이 독버섯처럼 자라날 환경이 조성된다.
유바리시의 치욕적인 몰락은 방만한 투자와 분식회계라는 데 직접적 원인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비판과 견제의 문화가 사라진 공동체의 비극이라 할 것이다.
현재 유바리시는 유바리시의 파산원인과 현재의 재건실태를 살펴보는 ‘유바리 다규멘타리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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