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며



계영석 변호사 시흥신문 편집자문위원장

가정은 부부와 자녀가 함께 생활해 나가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이다. 그런데 자녀는 언젠가는 부모를 떠나 또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살도록 예정되어 있는 그런 것이 또한 가정이다. 부부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정신적으로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자녀는 부부의 사랑의 결실로서 태어나고 부모의 보살핌으로 자라나면서 가정 밖의 세상을 살아나가는 여러 가지 필요한 지혜들을 배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배우게 된다. 남을 위해 자신을 양보하고 참고 견디며 또 절약하는 정신도 배운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올바른 인성이 형성되도록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아이를 낳으면서 엄청난 산고(産苦)를 겪는다. 동물은 폐쇄된 본능에 따라 살면서 먹잇감을 구하는 본능적인 기능 정도만 부모로부터 배워 익히고 나면 더 배울 것도 없고 인간처럼 여러 복잡한 생각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 1년 내에 다 커서 부모의 둥지로부터 떠나가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태어나서 수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걷지도 말도 잘 못하다가 유아원 들어가서 겨우 말끼를 알아듣거나 친구들과 사귄다. 유아원, 유치원등의 과정을 제외하고라도 인간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육까지 친다면 적어도 16년이나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 입대해야 하고 제대하고도 그 무시무시한 취직의 관문을 통과되어야 겨우 부모로부터 떠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독립을 꿈꾸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때는 벌써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 20년 이상이나 부모의 보살핌을 입어야 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정은 부모와 형제 자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사회생활을 하는 능력을 기르고 또한 사회생활을 미리 연습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곳이다. 그러니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편 일년 중에서 5월은 기온이 따스하며, 아름다은 꽃들이 그 화려함을 뽐내고 온갖 풀과 나무가 왕성한 성장을 하는 계절이다. 다양한 꽃들의 자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신록의 푸르름은 청소년들의 순수함과 건강함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풀과 나무는 청소년들의 빠른 성장을 연상케 한다. 5월에는 어린이 날이 있고 부모의 날이 있으며 스승의 날이 있다. 그리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도 있다. 5월은 온통 가정에 관한 날로 가득찬 정말 생기 넘치는 달이다.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이유도 그러한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좋은 계절, 의미있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지내면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살기에 버겁고 각박한 세상 탓인가? 전세계적으로 가정은 해가 갈수록 해체되고 파괴되어가고 있다. 인간은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르네상스(문예부흥)의 시대를 거치면서 신(神) 중심적인 중세사회를 야만적인 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 암흑시대로 평가하였다. 대신에 인간은 인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인본주의를 신봉하게 되고 또한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발전과 자본주의의를 급속히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증가하는 인구에 대비하여 대량생산, 대량유통과 대량소비 사회로 발전하고 직업은 수천 갈래로 분화되었다. 개개인은 거대한 생산 조직 속에서 마치 기계의 부품들처럼 되어갔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통하여 인간은 최고의 행복을 얻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물질이 모든 인간의 삶을 지배해 버리자 경쟁의 극대화,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간성은 메말라 갔으며 거대한 생산시설과 석유자원 사용의 결과 환경은 날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식량 자원문제는 농촌피폐를 넘어 지구의 미래까지 암담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거대한 세상의 흐름에 발걸음을 제대로 맞추고 쫓아가지 못한 가장들은 낙오자가 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고 가정의 소중한 원래적 가치를 망각한 부부들 사이에 이혼율이 급증하였다. 우리나라가 자살율과 이혼율이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현상은 참담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50~70위권대로 행복순위가 밀렸고, 미국은 114위란다. 우리나라는 세계 143개국 중 68위라고 한다.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소중히 커야 할 새싹들이 가정 밖으로 내몰리게 되고 자연히 청소년의 문제가 도를 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올해는 유난히 4월이 춥고 비가 많이 와서 채소나 꽃들이 성장할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수확이 평년에 비해 너무나 줄고 과채류 값은 몹시 올라있다. 5월 들어서 좀 따뜻해지려나 했는데 여전히 더운 날과 추운 날이 교차하여 꽃들도 쉬 시들어 버리고 날씨를 도무지 감 잡을 수가 없다. 꽃의 수분을 도와서 열매 맺는데 일조를 담당해야 할 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조차 않는다. 천안함 침몰 등 나라 안팎으로 여러 문제들이 단기간에 잘 풀릴 것 같지도 않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들 하지만 올 5월은 우울한 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외부의 환경이나 여러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영원히 변하지 않고 지켜져야 하는 것은 가정이다. 가정은 어렵다고 뛰쳐나가거나 아이들을 놔두고 헤어지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올해 5월은 내 가정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어려운 가정이나 가정이 없는 사람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 와서 어렵사리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가정도 돌아보는 그런 따뜻한 손길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 창 넘어 눈앞에 펼쳐진 소래산의 한층 푸르러 가는 숲을 보면서 우리시가 진정한 생명도시가 될 날이 언제일까 꿈꾸어본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트윗하기

시흥신문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