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대형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필자를 찾아왔다.
나이트 클럽을 팔았는데 이를 매수한 사람이 계약금만 지급한채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지도 아니하고 있다가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지고 온 매매계약서를 보니 매매대금이 48억원이나 되었고, 계약금은 3억원, 중도금은 11억 6,000만원, 잔금은 32억 4,000만원이었다.
계약금 3억원을 지급하고 중도금, 잔금은 은행대출을 받아 지급하려고 했는데, 은행대출이 여의치 못해 중도금, 잔금지급도 하지 아니한 채 이들이 매도인에게 지급한 계약금 3억원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매계약서를 보니 계약금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즉,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매도인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매매계약서에 흔히 기재되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에서 매수인이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위 매매계약서에 의하면 매수인은 계약금 3억원을 포기하게 되어 결국 계약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위의 계약금에 관한 규정은 법적으로 말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손해가 얼마가 발생할지 알 수는 없지만 사전에 만일 계약당사자 사이에 한쪽의 계약위반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손해금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미리 약정하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볼 것 같으면,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을 포기한다고 하였으므로 계약금 3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미리 정하여 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록 이같이 사전에 손해배상액을 약정해 둔다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 액수가 지나치게 많을 수 있어 일방에게 부당할 수도 있으므로 법원은 그 액수를 적절하게 감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기를 매수인이 계약을 파기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개개사안에 따라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나, 대체적으로 매매계약의 내용이나 목적, 매매대금에 대한 계약금의 비율(통상적으로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한다. 이를테면, 매매대금이 10억원인데 계약금으로 1억원을 받았으면 위 비율은 10%가 된다), 매매계약이 파기됨으로 매도인이 입게 될 개략적인 손해등이 참작사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매수인은 위의 참작사유들을 잘 주장하고 입증해서 법원으로 하여금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이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필자는 매도인측의 변호사로서 부지런히 매도인을 위해 변론하였다. 우선, 계약금이 매매대금의 6.25%에 밖에 안되어 통상 10%에 한참 못 미치고 나이트클럽이 팔렸다는 소문이 나자 손님들이 많이 떨어져 매출손실을 많이 입었다는 등을 주장하면서 매도인이 받을 계약금 3억원은 결코 부당한 것이 아니므로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매도인측은 주장하기를 매수인은 계약당시 매도인이 은행 융자를 받아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를 것을 알고 있었고, 매도인이 은행 융자를 받는데 매수인은 위 나이트클럽을 담보로 하면 충분하다고 하여 계약을 했는데, 사실은 융자가 되지 아니하였으니 계약금은 모두 돌려받아야 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위 사건은 법원의 조정에 의해 매도인이 받은 3억원 중 7,000만원을 돌려주기로 하여 사건이 종결되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계약금만 지급한채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급한 계약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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