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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필자의 사무실에 50대 중반의 남자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사연인즉, 친구들이 모여 심심풀이로 속칭 훌라라고 하는 카드놀이를 했는데, 도박으로 인정되어 벌금이 나왔다고 하면서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벌금이 얼마씩 나왔느냐고 물어보니, 네사람이 놀았는데 세 사람은 각각 30만원씩 나오고 나머지 한 사람은 50만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후에 필자가 확인해보니, 50만원 벌금이 나온 사람은 그 전에 도박전과가 1회 있었던 사람이었다.
필자는 위 사건을 맡게 되었고 수사기록을 검토해 보았다. 카드놀이를 한 사람은 친구사이인 50대 중반의 남자 네사람, 때는 1월 중순 저녁 5시부터 5시 50분까지, 장소는 부동산 중개사 사무실이었다.
필자는 훌라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네사람은 카드를 몇 장씩 나누어 갖고 제일 먼저 카드의 무늬나 숫자를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1등에게, 2등은 1,000원, 3등은 2,000원, 4등은 3,000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총 12회 카드를 쳤고, 판돈은 395,000원으로 범죄사실에 기재되어 있었다.
이날, 이들은 카드놀이를 해서 딴 돈으로 저녁이나 먹을려고 심심풀이로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부지런히 위 사건을 변론하였다. 우리 형법상 도박은 처벌하지만 심심풀이로 오락삼아 하는 카드놀이나 화투놀이는 처벌하지 아니하므로, 필자는 위 카드놀이는 도박이 아니다, 친구끼리 무료함을 달래고, 저녁밥이나 사먹기위해 심심풀이로 한 것이다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무죄변론을 하였다.
이들은 모두 친구사이이고, 카드놀이한 시간도 50분 정도로 얼마 안되고, 장소도 부동산 중개사무실이라는 공개된 장소이고, 판돈도 얼마되지 않고, 카드놀이 횟수도 12회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였다.
더군다나, 이들은 경찰서에서 감사장이나 표창장을 받은 사실도 있고, 방범대원이고 건실하게 사업하는 사업자라는 점도 주장하면서 관련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재판장은 필자의 변론과 이들이 제출한 서류들을 보면서 ‘그렇다면 피의자들은 잘못이 없다는 것인가요?’라고 하여 마치 이들이 자기 변명에 급급한 것으로 재판장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필자는 순간 약간 당황하였다.
그러나, 이내 필자는 비롯 오락으로나마 카드놀이를 한 점에 대해서는 이들이 깊은 반성을 한다고 하였다.
재판이 끝난 후 판결이 선고될때까지 착잡하였다. 필자의 소원대로 무죄판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유죄인가?
드디어 판결선고 기일이 왔다.
피고인들은 무죄.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재판장은 이들의 카드놀이를 심심풀이의 오락쯤으로 본 것이지 도박으로 보지 아니한 것이다.
1심 판결 후 검사는 항소했으나, 항소도 기각되어 이들의 무죄는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카드놀이가 도박으로 처벌받느냐 아니면 단순한 오락에 불과하냐의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락으로 생각하고 한 카드놀이(화투놀이)도 도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점 매우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의심받을 일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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