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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월도 끝자락을 지나 3월이다. 남해안에서는 이른 꽃망울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한낮의 따스함에 가벼운 옷차림이라도 할라치면 겨울보다 차디찬 변덕스러운 추위에 노출되기도 한다.
봄이라고 하기엔 이르고 겨울이라고 하기에도 어중간하게 애매한 계절이 지금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절기는 기가막히게 정확해서 제 시기를 놓치는 법이 없다. 이르러야할 때에 반드시 이르르고야 만다는 것을… 그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을 계절의 변화 앞에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아직 봄 꽃들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는 않지만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시기인 이 즈음에는 모든 것들이 새로워야만 될 것 같아서 가슴에 새기는 각오들조차 새롭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사람이 점점 낡아져가다보니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동경은 한층 더 간절해져만 간다.
아빠는 7남매중의 장남이시다. 지난 주 막내 작은아빠의 첫째 딸 결혼식이 있었다. 한 집안의 장남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빠께는 지면으로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이 참 많기도 많았다.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한 많지도 않은 재산 다툼으로부터 어느 집안에나 존재하는 고부간의 문제 등등… 드라마에 나올법한 막장이라 거론할 법한 일들까지…
이번 경우만 해도 80이 넘으신 아빠께서는 젊은 사람들처럼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를 통해 전송되는 청첩장을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일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이맘때쯤 막내 동생 딸래미가 결혼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언제 어디서 한다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니… 결혼식을 몇일 안남은 시점에서 답답한 마음에 자식들에게 기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자식된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생긴 일정으로 혼란스러웠고, 그거 조금 신경을 못써서 나이 많은 큰 형님 맘 상하게 하나 싶어서 기분도 나쁘고, 배려받지 못한 아빠가 속상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조금만 신경써서 청첩장 몇 부를 인쇄하여 큰 형님을 포함한 연세 많으신 어르신분들께 별도로 보내드렸다면 아빠께서 맘 상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애매한 다른 작은 아빠와 통화하여 왜 형님에 대한 예의가 없냐고 항의했더니 별도로 챙긴다는 것이 결국 놓쳐버렸고 문자 메세지와 카톡도 받지 못하셨던 것이다. 본인이 모시고 가려고 자리도 비워두고 미리 연락을 드린다는 것이 미처 연락을 못드려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결혼식장에 무사히 도착해서 축하를 해드리긴 했지만…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이런 이슈는 아빠께서 연세드셨다는 반증이고, 좀 더 세심하게 캐어해야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가족회의 결과 주말마다 동생들과 교대로 시골에 내려가서 아빠를 살펴보는 것과 매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신청으로 적극적인 캐어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마당에 화목 보일러용 통나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한숨만 쉬고 있는 아빠를 도우려고 결혼식이 있던 주에 가족들 모두 내려가서 통나무 자르는 일을 하기로 했다가 결혼식으로 그 일정이 미뤄졌는데… 일정조율은 또 어떻게 해야하나… 조그만 산 하나 넘으니 또 조그만 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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