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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드렁니 때문에 놀림을 많이 당한 여인이 있었다. 1884년에 태어난 소녀는 여덟 살 때 어머니께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이듬해에는 남동생도 하늘나라에 보내야 했다. 열 살 때는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셨다. 그녀는 비교적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가족이 하늘나라고 떠나면서 외할머니의 품에서 자랐다.
고아처럼 성장한 소녀는 어렵고 힘들게 학교에 다녔지만,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는 긍정의 생활 자세가 훈련된 것 같다.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 여섯 명의 자녀들 가운데 한 아이가 병으로 죽었을 때도 그녀는 ‘내가 사랑해줘야 할 아이가 아직 다섯이나 있어!’라며 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말하고 다녔다.
그녀의 남편이 한참 젊은 나이인 39세에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게 됐을 때도 쉬지 않고 밀려오는 세상의 험한 풍랑 앞에 탄식하기보다 도리어 남편을 끝없이 격려하며 내조하면서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엘리너 루스벨트’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부인이다. 그녀는 짧은 인생길에 보통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보다 더 혹독한 절망의 골짜기를 만난다. 그러나 그 절망의 골짜기에서 주저앉지 않고 희망의 정상을 바라보며 할 일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선택하였다.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책을 쓴 노리나 허츠는 사람은 매일 1만 가지에 이르는 사소한 선택과 결정을 하는데 음식에 관한 결정만 해도 227가지나 된다고 한다. 사소한 것 같이 보이지만 이런 선택의 결과가 모여 인생이 된다.
미국의 최고 스타 플레이어는 단연 타이거 우즈다. 그는 혈통이 매우 복잡하다. 얼핏 생긴 것만 봐선 흑인이지만, 아버지 얼 우즈는 아메리칸 흑인과 아메리칸 인디언 그리고 중국인 혈통의 혼혈인이다. 어머니 쿨티다도 태국인, 중국인 그리고 백인이 섞인 혼혈인이다. 타이거는 자신의 혈통을 스스로 Cauca blasian(caucasian+black+Asian)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자신을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며, 아시안 아메리칸이라고도 한 그는 ‘나는 흑인 골퍼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프로 골퍼가 되고 싶다.’라는 말로 본인을 둘러싼 인종 관련 이야기를 정리한 적이 있다.
타이거는 원래 1년에 한두 번 정도 1등을 하는 수준의 선수였다. 그러다 내가 계속 1등을 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마침 코치가 기본자세가 잘못됐으니 고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치는 데는 3년이 걸리는데, 그동안은 순위권에 들 수 없다고 했다. 타이거는 3년의 고독한 길을 선택했다. 코치의 예상대로 그 기간에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세를 바로잡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타이거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선택했다. 당장 급하지 않아도 중요한 걸 선택한 셈이었다. 그 선택이 최고의 길로 안내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의 우승을 보면서 한편으로 만년 2등 아사다 마오 선수의 눈물이 생각난다. 그녀의 눈물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사실은 청소년 시절 두 선수의 순위는 반대였다. 아사다 선수는 12살 때 피겨 스케이팅의 고급 기술인 트리플 악셀을 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약식이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고급기술 근처에 도달하려는 욕심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경기에서 약식은 인정받지 못한다. 정석만 점수로 채택된다. 아사다 마오는 당장 급한 일, 우승에만 집중했다. 김연아는 달랐다. 순위권에 드는 것보다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하는 데 필요한 기초 기술을 익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점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됐다. 고급기술에 도달한 것이다. 아사다가 만년 2등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의 선택이 나의 인생이 되었다. 새해에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치며 살게 될 것이다. 힘겨울 때도 긍정을 선택하고 조금 느려도 정석을 선택하며 조금씩 발전하는 희망의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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