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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성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정책학박사) |
감귤을 좋아한다. 다른 과일들과 다르게 특별한 도구 없이도 손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중의 하나이다. 요즘은 교배기술이 발달해서 크기와 당도가 높아진 만감류는 해마다 출하되는 시기에 맞춰 꼭 주문을 해서 먹고는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겨울 과일은 감귤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었는데… 어느 순간 감귤은 너무 흔한 과일이 되어 버렸고, 만감류에게 귀한 자리를 하나 둘 내어주더니 어느새 진열대에서 구석 자리로 밀려나 버리는 신세로 전락해 버리게 되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신기술의 발달에는 속수무책이기 마련인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 감귤이 좋다.
감귤을 처음 맛본 건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만해도 감귤은 지금처럼 쉽게 맛볼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 처음 감귤의 이름으로 접했던건 밀감이었다. 밀감이 귀해서 밀감 껍질은 말려서 차로 마시는게 당연시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밀감은 몰래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닌 것이 하나만 껍질을 벗겨도 그 향기가 공간 전체를 채울 정도로 강력하고도 향긋한 내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탱글탱글 상큼하고 달콤한 속살은 또 어떤가? 한두 개 맛만 보고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않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접해본 밀감의 달콤한 맛과 향기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강력한 기억중의 하나이다.
제주도에는 감귤의 도시답게 감귤 박물관이 있는데 세계 감귤의 기원과 전파, 제주 감귤의 유래, 근대 감귤 산업의 발전사 등 제주 감귤의 종합적인 역사를 비롯하여, 감귤의 효능과 쓰임 등에 대한 내용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감귤 나무와 12품종의 제주 향토 재래귤을 식재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감귤 체험장 및 감귤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감귤류는 인도의 앗삼 지역에서 탄생하여 중국을 거쳐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삼한시대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온주밀감은 1911년에 일본에서 도입되어 1960년대부터 산업적으로 재배 면적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귤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가꿔 오던 감귤을 통틀어 부르던 이름이다. 온주밀감, 오렌지, 레몬, 자몽, 금감 탱자나무속을 총칭하여 감귤류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감귤을 대표하는 만다린 계통의 온주밀감을 감귤 또는 귤이라 부르고 있다(감귤박물관, 2024).
지난 해 우연찮게 찾았던 제주도에서 가로수로 심어져 있던 탐스러운 하귤이 왜 그리 욕심 나던지… 감귤밭에 메달려 있는 감귤을 보면서 이곳은 혹시 체험농장이 아닐까하고 살펴보게 되었던 이유는 탐스러움을 품에 안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감귤 종류를 생각해봤더니, 노지감귤, 타이백감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카라향 7가지 종류였다. 그 중에서도 타이백감귤과 레드향이 개인적인 취향에는 제일 맞았던 것 같다. 요즘에는 배송도 워낙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손쉽게 원하는 감귤을 맛볼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아직 제대로 된 감귤을 맛보지는 못했는데 본격적인 감귤철이 다가왔으니 맛있는 감귤을 찾아서 달콤한 행복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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