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윤환 (시인/목사) (사)시흥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
2024년 새해 아침은 밝았지만 세상은 긍정적인 희망 메시지만 내놓을 수 없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는 듯하다. 포스트코로나와 총선을 앞둔 진영의 극한 다툼, 세계와 한반도의 전쟁 위기, 가난과 절망, 배신과 억압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고 있다. 돌아보면 인간의 시간은 언제나 봄에서 출발했지만 어느덧 봄을 놓치고 여름을 허비한 후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서야 다시 그 봄을 그리워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납득할 수 없는 시절이 살고 있는 가난한 영혼들에게 때로 시인의 노래는 잔잔한 위로와 희망이 된다.
“봄눈 / 박부민 - 시린 기다림이 하늘에 올라 / 먼 꿈 싹 트여 돌아오네 / 연록빛 불씨를 품고 내리는 새야 / 노래 한 사발 마당에 부리고 가라 / 식은 부뚜막 냉습한 그늘 위에 / 반짝이는 피리 소리 한 숟갈 / 솔 솔 솔 흩뿌리고 가라 / 금 간 황토벽 살갗 날리듯 / 논틀밭틀 흙먼지로 오는 사람들 / 발목에 희푸른 빙산을 달고 오는 이들 / 밥 한 술 국 한 그릇 뜨겁게 배부를 테니 / 네 깃털 하나로 모든 눈물 쓸어 모아 / 젖은 봄은 또 모락모락 피어날 테니 / 새야, 어린 꽃잎마다 불을 지펴라 / 날개가 보드라운 / 폴 폴 폴 웃는 새야”
정치와 경제 상황이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도 곧 새로운 봄을 맞이하리라는 따뜻한 봄눈을 보게 된다. 시인은 “흙먼지로 오는 사람들 / 발목에 희푸른 빙산을 달고 오는 이들”을 향해 봄눈이 녹으면 “밥 한 술 국 한 그릇 뜨겁게 배부를” 것을 믿으며 봄눈의 “깃털로 모든 눈물 쓸어 모아...” 젖은 인생들에게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니 “어린 꽃잎마다 불을 지”피는 희망의 불씨를 피우는 따뜻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시인의 노래처럼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절 봄눈이 새싹을 재촉하듯 하나님의 편지처럼 우리에게도 “날개가 보드라운 폴폴폴 웃는 새”가 우리의 젖은 삶을 덮어주기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오민석 시인은 더욱 구체적으로 참담한 봄날을 희망으로 노래하고 있다.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 오민석 – 누구는 / 절반의 희망과 / 절반의 절망을 말하지만 / 지금 할 일은 / 참혹한 시간 속으로 더 들어가는 것 / 애인들은 등을 돌리고 / 꽃들은 마침내 졌다 / 지금 할 일은 / 믿음, 희망, 미래, 이런 단어들을 / 잠시 버리는 것 / 더 혹독하게 살의 냄새를 맡는 것 / 유령들과 작별하고 / 염통의 지도를 다시 읽는 것 / 아, 또 다시 삶에 속은 자는 / 지게를 지고 다시 생계를 향해 가네 / 지금은 더 참혹하게 무너질 때 / 알몸의 비극과 결혼할 때 / 손쉬운 작별들과 작별할 때 / 그러니 벗들, / 꽃피는 봄날에 / 더 참담하게 만나자”
지금의 세상은 9할의 낙심자들이 더욱 혹독하게 썩어가는 자신의 살냄새를 맡는 시간, 도무지 보이지 않는 믿음, 희망, 미래 이런 것들을 낙엽지듯 다 버리고서야 제 삶의 지게가 비로소 가벼워진다는 것. 그 가엾은 슬픔을 꽃으로 피워내는 것이 세상과 다른 희망이다.
이제 우리는 시인의 노래처럼 알몸의 비극과 하나 되어 마침내 참담의 끝을 지나 다시 꽃 피는 부활의 봄날을 그리워하자. 그 봄이 지금보다 더 참담하더라도 꽃피는 봄날을 노래하자. 하나님은 우리에게 오직 꽃 피는 희망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는가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29:11)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