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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숙 나움평생교육 대표. |
어느덧 한 해가 기울어가는 12월이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유독 사회와 정치면의 뉴스들이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해였다.
코로나 이후의 여파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뉴스 지면을 장식하고 있음에도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리더들의 모습이 유난히 실망스러웠던 한해로 기억된다.
대학교수들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논어 헌문편에도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등장하지만 이로움만 추구하는 행태를 경고하는 장자 산목편 속 견리망의가 세상에 더 퍼지게 됐다. 올해의 사자성어가 사회의 리더들에게 던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결국 인간됨됨이의 기본이 되는 것이 모든 것의 기본임을 한 번 더 말해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학부모가 내 아이의 편의를 위해 스승과 다른 아이에게 나쁜 일을 저질렀던 뉴스,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뉴스 등을 떠올리며 외형적인 발전에만 급급했던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인성’을 갖추는 일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하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새롭게 마음 먹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인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자료를 찾다 보니 인간 삶의 근본에 관한 『맹자(孟子)』의 사단(四端)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 하고 그 선함을 다음 네 가지 형태로 말하였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端)이란 끝이란 말이지만, 끝은 또 다른 시작이며 출발이다. 그래서 단서라고 말할 때도 이 글자가 쓰인다. 그러므로 4단이란 인간 마음을 형성하는 네 가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공자가 말한 ‘인의예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첫째는 어려운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으로, 인(仁)의 단서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공자가 말한 仁에 해당하는 측은지심은 말 그대로 측은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측은이란 우리 국어 생활에서는 동정이나 연민을 넘어 따스한 인간 사랑을 의미한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던 ‘사람이 먼저다’는 말도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것도 사랑할 줄 모른다. 있다면 그것은 욕심일 뿐, 사랑이 아니다.
둘째는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의(義)의 단서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수오지심은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것을 뜻한다. 정의란 남을 향해서만 강요하는 말이 아니다. 먼저 자신이 정의로워야 한다. 하지만 정의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다. 죄를 저질러 놓고도 깨닫지 못하면 정의를 구분할 수 없다.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할 수 있을 때 정의로운 마음이 바로 선다.
셋째는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으로, 예(禮)의 단서인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사양지심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에 이기적인 마음과 이타적 마음이 있다고 보았다. 사람이 이타적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할 때 그는 참인간답게 사는 것이라 말한다. 예절을 통해 사양지심에 이를 수 있다. 사양지심을 깨달은 사람만이 예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으로, 지(智)의 단서인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시비지심은 옳고 그름의 분별력을 말한다. 맹자는 옳고 그른 것을 분간하는 마음이야말로 앎(智)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사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그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나누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갖는 연말 모임을 우리는 ‘송년회送年會’라 부른다. 여전히 송년회에서는 술을 마시고 취하는 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년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12월이 되었으면 한다.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송년(送年) 본래의 의미대로 보냈으면 좋겠다.
2023년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쌓아온 날들이 모여서 어느덧 연말이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왔던 꽃잎 같은 날들을 한겹 한겹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러는 후회의 날들도 있었을 것이고 더러는 아쉬운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혹시 이루지 못한 꿈들로 아쉬운 한해였다 하여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2023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냈고, 여전히 내일을 맞을 수 있는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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