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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현(톡톡웃음연구소 원장/달월신협 이사) |
사족(蛇足)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에 제나라 진진이 전쟁을 막기 위해 파견된 사신의 자격으로 초나라 소양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부잣집에서 제사를 지내다가 주인이 하인들에게 술 한잔을 하사합니다. 하인들 여러 명이 모여서 주인이 내린 술 한잔을 놓고 정하기를 “여럿이 나누어 마시면 간의 기별도 안 가니 땅에 뱀 그림을 그리되 가장 먼저 그린 사람이 술을 마십시다.” 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한 사람이 먼저 뱀을 그리고는 술잔을 들어 마시려다가 심취한 나머지 뱀에다 다리를 그리고 있자 곧바로 뱀을 완성한 두 번째 사람에 술잔을 낚아채며 말합니다. “원래 뱀에게는 다리가 없네. 허니 이 술잔은 내가 마시겠네.” 진진은 사족의 이야기를 소양에게 들려주면서 말합니다. 너무 무리하다가는 그 공도 허사가 되고 자칫 세상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소양은 깨달음을 얻고는 제나라로 조용히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자주 이용하고 사랑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써 시흥갯골길을 걷다보면 자꾸 “사족”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납니다. 자연 그대로의 뻘과 아름다움을 자꾸 사람들이 손을 댄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시흥생태갯골은 우리나라 유일의 내만갯골로써 태고적 자연상태가 잘 드러나 있고 보존된 곳입니다. 자연은 사실 사람의 손을 타면 변질되게 되어 있습니다. 손을 대되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잘 살펴야합니다. 자칫하면 본래의 의도는 뒷전이고 개발을 위한 개발과 행사를 위한 행사만 난무할 수 있습니다.
갯골길을 걷다 보면 필요 없는 뻘 안에 필요 없는 탐방길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만든 누군가는 사업명을 그럴싸하게 붙이어 실행하였겠지만 몇 년동안 방치되고 흉물스럽게 뻘을 어지럽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갯뻘에 야자수매트로 길을 만들어서요. 참 매칭이 되지 않는 그림입니다. 현재 갯골공원에 조성된 설치물들은 다행히 적절히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태고적 자연생태계를 보기 위한 설치물도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안전하고 친근감있는 데크로 갯골 초입까지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설치했으며 흔들전망대와 잔디광장은 참으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갯골생태공원하면 상징물이 흔들전망대와 잔디광장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세도 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또 누군가에 의해서 잔디광장 반대쪽 뻘의 갈대숲을 깎아서 영국식 정원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족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태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그림입니다. 사실 갯골외곽의 산책길은 소래포구 쪽 자전거 다리길을 돌아와도 10킬로가 채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편리와 편의를 위해서 목조다리를 놓았습니다. 다리 밑에는 수 천년 동안 바닷물이 드나들었던 갯고랑에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냥 왔다가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잘 보아야 보입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시흥의 허파이고 자랑입니다. 시흥을 알리는 홍보에 선두에 선 곳입니다. 우리 후대의 자손들에게도 유산으로 잘 넘겨주어야할 귀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많은 시흥시민의 쉼터요 힐링장소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갯골이 가장 좋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손을 대면 댈수록 망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지금 시흥갯골생태공원은 너무나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준해야합니다. 소양이 깨달음을 얻고 제나라로 물러간 것처럼 생태공원 밖의 갯뻘과 길을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연에게 사족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습니다. 완전한 만족함은 없습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부족하더라도 자연상태 그대로 보고 즐기는 것이 진정한 환경보호이며 친자연적인 누림일 것입니다. 갯골길을 걸으면서 갯골에 담긴 갯물의 짠내음새와 해당화의 은은하고도 달콤한 향기를 음미하고, 조석 햇살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갯골 풍경을 보며 한껏 웃음짓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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