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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Ⅱ)(의학칼럼)서정식 과장-신천연합병원 응급의학과
  • shnews
  • 승인 2023.08.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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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을까? 가끔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사람들도 애써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지 않는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많이 본다. 사망진단서와 사체검안서도 자주 쓰는 편이다.
고생하면서 돌아가시는 환자들을 보면 남 일이 아니다. 나도 그렇게 될까봐 솔직히 무섭다. 죽음은 자기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락사가 허용되는 나라에 비행기 타고 가서 죽으면 몰라도, 그 누구도 요양원, 요양병원 신세를 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구한말 의병을 보고, 삼일만세운동을 겪고, 일제말기에는 놋그릇 모두 갖다 바치고, 육이오사변때는 인민군 밥해주고, 국군 밥해주셨던, 나를 키워주신 우리 할머니는 그냥 자다가 소리 없이 고통 없이 돌아가시기를 원하셨지만, 흡연하신 탓에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중환자실 여러 번 드나드신 후 돌아가셨다. 
러시아 혁명, 눈덮힌 시베리아 벌판, 동쪽 끝까지 달리는 기차,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
시대에 순응하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닥터 지바고는 노인이 되어서 역 광장의 인파 속에서 걸어가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죽었다. 나도 그러고 싶다. 
삶의 질을 유지한 몸과 마음으로 가족들에 둘러싸여 생에 미련 없는 채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고 싶다.
요양원 촉탁 진료하다가 길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닥터지바고처럼 가슴을 움켜잡고 죽으면 좋겠다. 내 몸에 손대지 말라. 심폐소생술 금지한다. 요사이 존엄사에 대한 논의, 연명치료 중단 등 사회적인 장치들이 차차 마련되고 있으나 아직 초보 단계이다. 컨센서스를 잘 이루어서 훌륭한 제도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다음주에는 요양원에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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