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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Ⅰ)(의학칼럼)신천연합병원 응급의학과 서정식 과장
  • 시흥신문
  • 승인 2023.08.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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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에 나오는 죽음의 종류에는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이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유래와 역사, 이유가 깃들어 있다.
양족보행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똑똑해졌다고 한다.
약 5만년전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깨달은 후, 장례를 치르기 시작했고,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자식들을 낳고 기르기 위해 양성간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져, 남녀가 짝을 이루고 사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이루어왔다고 한다. 
인간은 이렇게 종을 이어가지만 잔인한 시간의 흐름, 세월 앞에 각자는 무기력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오드리 헵번, 루치아노 파바로티, 엔니오 모리꼬네 모두 떠나갔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짝을 찾고 아이들을 키우던 소박한 인생의 행복들은 이제 기억의 저편에 있고, 가족간의 사별, 가물거리는 정신과 힘 빠진 육체만 남았다. 부귀영화도 귀찮다. 온통 아프다. 편안하게 죽고 싶다. 병든 몸, 망각, 껍데기만 남은 영혼에는 죽음이 축복일 것이다. 예로부터 북방의 유목민 전사들은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을 명예로 여겼고 천막 안에서 병사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했다.
북유럽의 전사들에게는 발할라가 있고, 지하드를 위해 몸에 폭탄 줄을 감는 이들도 있다.
평화로운 시기라서 우리는 그렇게 죽을 순 없다. 톨스토이는 기차역에 가서 죽었다. 신천역, 대야역, 정왕역… 역이 너무 많아서 역에 가서 죽는 건 이제 전혀 폼 나지 않는다. 다음주에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을까?” 고민 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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