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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계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며 이후 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실업급여가 있기 때문에 퇴사당한 노동자는 급한 생계 때문에 나쁜 일자리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것을 조금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좋은 제도인 이 실업급여가 정부여당에 의해 조롱당하고 있다. 급기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 실업급여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고 칭하며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또 앞으로 받아야 할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목을 박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조롱은 실업급여의 하한선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없애기 위해서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본 실업급여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나랏돈을 빼먹는 주범일 뿐이기에 그들은 실업급여의 하한선을 낮추고, 나아가 아예 실업급여제도를 없애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퇴사당해 어쩔 수 없이 수령하는 실업급여는 그 수령액이 낮고, 기간도 짧아 입퇴사를 반복해야 하는 불안정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못되는 것이 현실이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보자. 우리의 경우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이지만 독일은 순임금의 60~70%이고, 프랑스는 기준임금의 57~75%, 일본은 임금일액의 50~80%이며 기간도 최장 24개월이다. OECD국가들과 비교시 터무니없이 낮고 짧은데, 이것을 달콤한 보너스 즉, ‘시럽급여’라고 조롱하는 것은 정부여당이 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실업급여에 대한 잘못된 시각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정부는 노인일자리창출정책의 일환으로 신중년경력형일자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55세 이상 신중년들의 경력을 살려 만든 일자리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으며 1년 단위로 신중년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다. 이들도 당연히 임금을 받고, 임금 수령전에 고용보험료를 납부한다. 그리고 기간이 지나 일을 그만두게 되면 납부한 고용보험료에 근거해서 실업급여를 받는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실업급여를 수령하면 90일간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어놓았다. 보통은 퇴사당한 후 실업급여를 받다가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고, 그 경우 실업급여의 수령은 중지된다. 보통은 국가에서 이것을 장려한다. 왜냐하면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것보다 취업하는 게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보조금으로 임금을 수령한 노동자들은 예외로 하고 있다.
임금노동자에게 임금은 자신이 일한 댓가로 받는 것이기에 그 임금원천이 국가에 있던, 민간에 있던 상관할 일이 아니고, 취업을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하던, 민간기업에 하던 자유이어야 한다. 그러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취업을 하는 경우 지급된 임금을 환수조치하며 취업을 막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필자가 보기에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헌법제15조)를 현저히 위배하는 행위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다. 이런 헌법 위반과 차별이 국가기관의 규정이라는 것으로 너무 쉽게 자행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실업급여는 노동자들이 받고 싶어하는 급여가 아니다. 세상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실업상태로 있기 보다는 취업상태로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정, 국가기관의 사정으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실업상태에 빠지게 된다. 실업상태에 빠진 노동자, 즉 실업자가 받는게 실업급여인데, 세상에 어느 노동자가 이것을 받으며 살고 싶겠는가?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취업하고 싶은 노동자들도 거의 없다. 그러나 다른 일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신중년경력형일자리와 같은 일자리에 일시적으로 취업하는 것인데, 이 일자리마저 실업급여 후 90일 후에나 취업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곳에 취업하기 어려워 그 자리에 취업해야 먹고 사는 사람들(노인 등)은 90일 동안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사람들로 구성된 국가는 가장 사람다워야 한다. 국가가 인성을 잃고 규정만 들이댄다면 그 국가는 이미 사람들을 위한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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