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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숙 나움평생교육 대표 |
무더위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예년보다 무더위와 장마가 일찍 시작되었고, 7월 중순이면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주에서 4주간의 긴 시간 동안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보내게 된다. 여름방학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2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거나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계획 없이 방학을 맞이하게 되면 생활 습관이 엉망이 되거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방학 동안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하고 효과적으로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바로소 자기주도 학습자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을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알려주자.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시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행위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결정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중요도와 긴급함을 기준으로 어떤 일을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한 컵에 크기가 다양한
쿠키와 과자 등을 담을 때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우선순위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크기가 큰 쿠키를 먼저 담고, 작은 알갱이의 과자를 담아야 더 많은 양의 과자를 담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일들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일을 미루거나 놓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작성하는
동그라미 모양 시간 위주 계획표보다는 우선순위가 높은 순서대로 항목을 적고 자유롭게 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목록화하고 완성 후 스스로 체크하도록 하면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자신을 스스로 평가해 보는 연습이 되므로 좋은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주는 연습을 하자. 즉, 엉덩이의 힘을 키워 주는 시기가 여름방학이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엉덩이의 힘은 신체적인 엉덩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영역에 몰입하거나, 무엇인가 몰두하는 태도를 뜻한다. 엉덩이 힘이 점점 자라날수록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도 함께 자라난다. 그런 만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기 전에 엉덩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과제를 수행하도록 요구하면 아이들은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가 흥미 있게 여기는 영역을 관찰하여, 그 부분에 깊게 빠져들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필요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사교육과 부모의 욕심에 의한 다양한 정보제공은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셋째, 자아 존중감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와 인정이 자기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작은 성공 기회와 인정을 통해 자아 존중감이 향상되면, 어떤 활동을 시작할 때 두려움에 피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고,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 때도 자기만의 해결 방법을 찾아 해결하게 된다.
자아존중감은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를 만든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실패 상황에서
자신을 훼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새로운 도전의 계기로 여기게 된다.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데에는 사소하더라도 성공의 경험을 지속하는 것이 큰 역할을 하지만, 부모의 긍정적 피드백 또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닌, 과정에 대한 격려와 인정이 제공될 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자아 존중감은 회복탄력성과도 밀접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자원이 된다.
넷째,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보도록 도와주자. 지역 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의 도서관에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함께 책을 읽게 되고, 이런 짧은 경험들이 모이게 되면 책을 고르는 능력, 책에 재미를 느끼는 흥미 등이 점점 자라나게 된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면서, 책을 읽는 것도 사교육으로 해결하기도 하지만, 책을 스스로 고르는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관심 영역을 발견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을 만나 다른 책을 찾아서 읽는 경험을 해 본다면, 아이들은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다.
평생학습의 시대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배움을 지속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차 혁명시대 미래가 필요한 인재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꾸준히 해내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배워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한 발짝 뒤에서 아이를 관찰하며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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