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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주역이자 현 울산현대 축구팀의 감독인 홍명보가 장애인 좌석 때문에 분노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매우 드물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분노는 수원종합운동장 측이 장애인 좌석을 마련하지 않고, 운동장 구석에 붉은 띠로 장애인 구역만 설정해 놓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장애인이라서 더 특별하게 해줄 필요는 없지만 저런 면은 개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저런 모습이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필자는 홍명보 감독이 당연한 것을 지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이 ‘특별하게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지만 홍명보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필자는 두리장애인자립센터 장애인들과 시흥시내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2주 1회씩 진행하는 것이라서 아직 능곡동, 장현동, 장곡동의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모니터링 다니면서 홍명보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 공무원들 중에 홍명보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 굴뚝같다. 필자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이유는 공무원들이 많이 드나드는 시청 후문 쪽의 대다수 식당 및 커피숍의 경우 경사로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경사로가 설치되어있어도 경사도가 높아 휠체어를 타고 진입할 수 없거나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시흥시청 공무원 분들이 홍명보처럼 이 문제를 지적했다면 적어도 이곳 식당 사장들이 제대로된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장애인이라서 더 특별히 대해줄 필요’는 없다. 지금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 수준의 평범한 것들이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만 있는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계단보다 낮지만 장애인 휠체어가 넘을 수 없는 턱에는 경사로를 설치하며, 극장과 경기장 등 문화시설에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의자에 앉아 관람할 수 있도록 장애인 좌석을 만들고, 장애인들이 편하게 대소변을 볼 수 있게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는 것 등등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장애인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장애인들은 ‘인간이하의 특별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공적 영역에 있는 공공기관과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리 모범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시청 후문 쪽 공무원들이 많이 다니는 식당들에 경사로가 없고,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민센터와 공공건물들이 존재하며, 장애인화장실은 있지만 좁게 만들어 놓아 휠체어장애인이 일을 볼 수 없는 주민센터가 버젓히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고, 그 반대로 장애인화장실은 규정대로 만들어놓았으나 입구가 좁아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우체국이 장애인을 우롱하듯 영업을 하고 있으며, 거리의 인도는 기울어져 휠체어가 넘어지기도 하고, 곳곳에 턱이 있어 휠체어의 이동을 막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 분노하며 지적하는 공무원들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아직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는 달리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다. 공무원들 중에 홍명보가 없는 결과이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시민들 중에도 사실 홍명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홍명보의 분노는 필자에게 더 다가오는 것 같다. 필자가 홍명보를 칭찬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지만 사실 홍명보가 한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장애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만 갖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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