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회가 시정부가 제출한 ‘시정질문’ 답변서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흥시의회는 지난 20일 열린 제308회(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사전 정해진 의사일정에 따라 ‘시정질문의 건(일괄답변 및 일문일답)’을 상정, 앞서 실시된 ‘시정질문’에 대한 시정부의 답변을 들을 예정이었다.
지난 8일 열린 제1차 본회의에서는 박춘호 의원 등 8명의 의원이 총 14건(시장 직접 답변 7건, 서면 7건)의 ‘시정질문’을 실시했고, 이에 대한 시장 등의 답변은 20일 제2차 본회의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전날(19일) ‘시정질문’ 답변서를 받아본 송미희 의장 등 ‘시정질문’ 당사자 의원들은 시정부가 제출한 답변서가 기존 자료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용을 복사해 붙이거나 ‘시정질문’ 내용과 그다지 관련성이 없는 자료를 취합해 제출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즉, ‘시정질문’ 답변서 내용의 질이 질문자 의원들의 의중을 충족시키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 관련 부서는 ‘시정질문’ 내용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시의회와 소통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송미희 의장은 20일 제2차 본회의에서 “회의 진행에 앞서 오늘 예정되어 있던 ‘시정질문 답변’과 관련하여 한 말씀드리겠다. ‘시정질문’은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 행정 사무 전반에 대해 지적하고 설명을 요구하며 소견을 묻는 수단으로써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또한, 주민의 대표인 의원이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하여 집행기관의 입장과 답변을 듣는 사항으로 집행기관의 답변은 시민들에게 그 무게감과 중요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시정질문 답변서는 의원님들의 질문 취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전에 시의회와 충분한 교감이 없는 무성의하고 부실한 답변서가 제출되었다. 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늘 예정되어 있던 시정질문 답변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며 집행기관에서는 의원님들의 ‘시정질문’ 요지를 명확히 파악하여 시정질문 기본 목적에 충실한 답변서 제출을 주문했다.
박춘호 의원도 「5분 발언」을 통해 “집행부가 제출한 ‘시정질문’ 답변서를 보니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는 한자성어가 생각난다. 시장께서는 이 답변서가 의원님들에게 도달되어도 충분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어 배부한 것이 맞는지, 충분히 검토를 란 것인지, 설마 각 부서에서 회신하는 민원 답변도 이 정도 수준에서 작성되는 것이냐”며 강력하게 질타했다.
박춘호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시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송미희 의장이 유감을 표하는 동안 본회의장에 출석해 면전에서 이를 경청하고 있던 임병택 시장의 얼굴은 굳어졌고 생각이 많아지는 듯해 보였다.
송미희 의장은 20일 예정됐던 ‘시정질문의 건(일괄답변 및 일문일답)’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대신 ‘집행기관에서 사전 시의회와도 충분한 교감 없이 질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답변서가 제출됨에 따라 시정질문 본의에 충실한 답변을 위해 관계 공무원 출석 요구 일자를 6월 30일로 변경’하기 위해 김찬심 의원이 발의한 「관계공무원 출석요구 변경의 건」을 상정, 안안 가결했다.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은 상호간 협조와 견제의 수단으로서 일반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 수단 중 하나인 ‘시정질문’은 의원이 행정 전반 혹은 일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집행기관에 설명을 요구하며 소견을 묻는 의원의 권리이자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정부는 ‘시정질문’의 본질을 파악하고 충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정례회기 중 발생한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시정질문’ 답변서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사태는 시흥시 공직사회가 얼마나 느슨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임병택 시장은 20일 제2차 본회의 이후 간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오늘 진행된 시의원님들의 「5분 발언」부터 시작해 ’시정질문‘ 등을 시장이 직접 챙기고 검토하는 시간을 정례화할 것’임을 공지했다. 공직사회의 경각심이 더욱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희연 shnew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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