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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카카오톡 프로필 설정에 MBTI 스티커 추가기능을 보고 살짝 흥미로웠다. 아주 빠르게 나의 MBTI코드를 프로필에 설정해 보았다. 내친김에 지인들의 프로필을 두루두루 살펴보니 꽤 많은 카카오톡 친구들이 이미 사용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모닝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MBTI가 열풍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물며 궁합, 취업, 아르바이트, 미팅 등에까지 MBTI 열풍이 거세다. 궁합 취업 아르바이트까지 MBTI로 결정한다? 우리가 그토록 맹신했던 ABO 혈액형 성격은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혈액형이 뭐에요?라고 묻던 자리에 MBTI가 뭐에요?라니… 우리의 삶 속에서 뭔가 많은 것들이 개선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 듯 스치고 지나간다.
MBTI를 처음 접하게 된 동기는 중학교 학생 집단상담 장면에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대학교 청년의 진로상담에서도 좋은 도구이기에 수련을 지속했다.
MBTI는 사람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하는데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것보다 더 확장된 개념이어서 꽤 재미가 있었다. 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MBTI 코드는 어떤 부분은 맞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틀리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MBTI는 4가지 즉, 행동 선호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상황에 대한 인식 선호 경향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및 결정 선호기능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일상적인 생활양식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구분한다. MBTI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남성 위주 산업계에 여성이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성격유형에 적합한 직무를 찾기 위해 개발된 도구라고 한다.
자기인식은 세상 누구나 서투르고 두려운 일이다. 물론 나도 MBTI 코드가 ESTJ라서 적잖이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우리가 아는 ESTJ라면 강단에서 아주 경쾌하고 맑은 목소리로 정확하게 비즈니스적인 태도를 지녀야 하지만 나의 떨리는 심장과 중저음 목소리는 또 어쩌란 말인가? 내 MBTI 결과에 약간의 의문과 실망감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도 모르게 훈련이 되었구나 싶어서 씁슬한 인정을 하고야 말았다.
결국 MBTI 코드는 진짜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그 언젠가부터 오늘까지 편안한 어떤 방향을 설정하였을 뿐, 나의 옷, 행동, 언어, 환경은 결국 내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했으므로 책임져야만 하는 나의 설정인 것이다.
MBTI 열풍이 아무리 거세도 우리는 검사코드가 진짜일수도 가짜일수도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MZ세대들에게는 MBTI가 전부일수도 있겠으나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추리해보던 시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쓸쓸히 퇴장할 혈액형들이 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난 온 세월에 관한 그리움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MBTI건 혈액형이건 찬란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한 이 계절을 나로 이끌어 가는 여러분의 오늘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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