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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여(대한불교조계종 법륭사 주지스님) |
「불탐야식금은기(不貪夜識金銀氣) 원해조간미녹유(遠害朝看蘪鹿遊)」
“욕심내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밤마다 금은(金銀) 기운이 찾아들고 해치려는 마음, 화내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아침마다 고라니, 사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본다”
불기2567(2023)년 부처님오신날을 시흥시 불자님들과 함께 축하하며 맞이합니다. 코로나 19 방역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3년 만에 마음 놓고 봉축 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꽃이 필 무렵부터 곳곳에서 일어난 산불이 숲과 가옥들을 태워 이웃들의 재산과 마음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았습니다. 또한 인천을 비롯하여 수도권 전역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또 한 번 가혹한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이태원 사고와 같이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피해자들에게 한 번 더 큰 아픔을 주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큰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 “개인 간의 거래를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 반사적으로 회피부터 하거나 본질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대신 그저 생색내기에 가까운 정책만 만들어 발표하기에 급급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자연적인 재난, 사회적인 재난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정부가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며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해 달라는 요청일 것입니다.
「자능여락(慈能與樂) 비능발고(悲能拔苦)」
부처님은 항상 자비(慈悲)를 강조하시고 실천 하셨습니다. 자(慈)는 능히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며 비(悲)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살펴 없애 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 생기며 함께 기뻐해 주고 어려운 일 이 생기면 함께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연적 재난이나 사회적 재난이 찾아올 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이 아닐까 합니다.
자비를 실천하려면 우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항상 내 이익을 위해 살아 갈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욕심을 버리면 밤마다 금, 은의 기운이 내 처소에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돕는다면 항상 금은보화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화내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똑같은 삶을 살면서 수시로 화를 내어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권력과 재물이 많다고 남을 업신여겨서도 안 되며 작은 일에 화를 자주 내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이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달고 법회를 보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서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오늘부터 욕심과 화를 내지 말고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부처님께 축원 올리면서 봉축사를 마무리 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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