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의회, 행복한 시민」은 지난해 7월 제9대 시흥시의회가 출범하며 제시한 비전이다. 그리고 시흥시의회 홈페이지 ‘열린 의장실’ 코너에는 송미희 의장의 인사말과 함께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한 민생경제를 살피고, 시민 중심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구상하는 정책 의회,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시흥시의회 ‘정책지원관’ 채용과 관련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흥시의회의 ‘파행 사태’를 보노라면 제9대 시흥시의회 비전이나 다짐이 한낱 허언(虛言)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간 시흥시의회 ‘파행 사태’를 보면 제6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 이후인 2012년 9월 여‧야 간 갈등이 앙금으로 쌓여 제196회 임시회 의사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한, 2016년 9월 제7대 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한 갈등으로 제237회, 제238회 임시회가 반쪽으로 진행됐는가 하면 2017년 3월부터 ‘의장 불신임’ 등과 관련해 약 4개월여의 ‘의회 파행’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동안 평온했던 시흥시의회가 최근 ‘정책지원관’ 채용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들 남 탓을 하고 있다. 급기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명은 제306회 임시회기(4.14.~4.26.)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며 시의회 청사 앞에서 ‘정책지원관 채용 편향성 개선’ 요구와 다수당의 횡포를 시민들에게 알리겠다며 교대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시행(2022.1.13.)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광역 지자체(시도 의회)는 6급 이하, 기초지자체(시군구 의회)는 7급 이하 일반임기제‧공무원 신분으로 2022년도는 의원정수의 1/4, 2023년도는 의원정수의 1/2까지 선발하도록 했다.
‘정책지원관’ 주요 업무는 ▲조례 제정·개폐, 예산·결산 심의 등 의회의 의결사항과 관련된 의정활동 및 자료 수집·조사·분석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지원 ▲의원의 시정 질의서·5분 발언 등 작성 및 관련 자료 취합·분석 지원 ▲의원 연구단체 및 의원 정책개발 지원 ▲그 밖에 「지방자치법」제47조부터 제52조와 관련된 자료 수집·분석·조사 및 의정활동 등을 지원한다.
시흥시의회는 지난해 3명을 채용했고 2023년 제1회 채용공고를 통해 19명 지원자 가운데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4명의 ‘정책지원관’ 최종 합격자 공고를 남겨둔 상태이며, 2차 공고를 통해 1명(총3명 지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채용된 3명의 ‘정책지원관’ 중 2명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가 막힐 정도로 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실 근무 경력자라며 이러한 편향적 채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추후 정책지원관 채용 시 각 당에서 면접위원을 한 명씩 추천할 것을 더민주당과 의회사무국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근 진행된 정책지원관 채용 면접위원 구성이 더민주당이 의장으로 있는 인근 지자체 의회 공무원으로 구성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공정한 공무원(정책지원관) 채용을 저해하고 의회 파행 사태를 초래하는가 하면 “그럴 것이다”라는 막연한 심증만으로 이미 채용된 ‘정책지원관’을 배척하고 시의장의 정당한 인사를 의심하는 등 명예훼손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시민과 시 정부에 사과하고 의원으로서 본분을 다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흥시의회 파행 사태는 어쩌면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격이다. 최초 시흥시의회 ‘정책지원관’ 채용 과정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나 대다수 시민이 납득하기 어려웠고 이후 일부 ‘정책지원관’이 특정당 소속 시의원에게 시시콜콜 보고 아닌 보고를 해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본분을 팽개치고 시위하는 것 또한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 할 일은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든, 무엇을 하든 해야지 ‘의사일정 전면 거부’로 투쟁 아닌 투쟁을 하고 있으니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방의원들이 정당논리로 치닫는 중앙정치의 못 된 것만 답습하고 있는 지금의 시흥시의회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제발 밥값 좀 제대로 하라’고 질타한다. 과연 16명 시흥시의회 의원들에게 시민들이 있기는 할까. 「일하는 의회, 행복한 시민」이란 비전 제시가 참으로 낯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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