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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잠을 못 자 수면제를 타러 왔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또는 타과나 동네 의원에서 “단지 잠을 못자는 것일 뿐인데 정신과를 가라고 했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이들도 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은 ‘불면=수면제 복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문제에 대한 접근은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자주 깨거나, 일찍 깨어 도로 자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원인에 따라 1차성 불면증과 2차성 불면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2차성 불면증이란 특정한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에 의해 불면 증상이 2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뜻하며,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면 1차성 불면증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1차성 불면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비록 문헌에 따라 다르나, 잠을 못잔다고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30%미만이 이에 속한다고 한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2차성 불면증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차성 불면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통증이나 호흡곤란, 가려움을 비롯한 각종 불편감을 동반하는 매우 다양한 신체질환 때문일 수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조울병,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 때문일 수도 있으며, 처방받은 약물 등 이들 질환에 대한 치료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정신과적 진찰을 통해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정신질환들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1차성 불면증의 경우라도 언제나 수면제가 우선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러가지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증상의 발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잠자리의 소음 정도나 습도, 온도, 밝기는 매우 중요한 환경적 요인이다. 그리고, ‘잠만 자는 곳’이어야 할 잠자리에서 TV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독서나 TV시청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또는 앞날의 계획 등 생각에 빠지는 습관이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가 하면, 못잘까봐 미리 전전긍긍 불안해 하거나, 잠도 ‘반드시 달성해내야 하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비록 요즘에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일지라도, 불량한 수면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수면위생 교육’을 해야 하는 사례들도 자주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면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불면 증상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과장된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이를 교정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있다. 특히 환자가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거나,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려는 동기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제한하여 수면 효율을 높이는 행동주의적 전략을 사용해 볼 수도 있다. 명상이나 근육 이완 등의 요법도 보조적으로 도움이 된다.
물론 수면제가 피해야 할 ‘해로운 약물’은 아니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 최선의 안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수면제는 똑똑하게 사용해야 할 여러 약물들 중 일부일 뿐이며, 약물 복용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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