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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용 시흥시 한의사회장 | ||
서양에 목에 걸린 아담의 사과가 있다면, 동양에는 목에 걸린 매실(梅實)이 있다. 사과는 목의 밖으로 불거져 나왔지만, 매실은 안으로 맺혀있다. 사과는 남자에게만 있고, 매실은 여자에게도 있다. 아담의 사과는 선천적인 것이며 생리적인 것인 반면 매실의 씨는 후천적인 것이며 병리적인 것이다.
H씨는 언젠가부터 목에 뭔가 걸려있는 느낌을 갖고 있다. 순간순간 잊을 때도 있으나 목에 걸려있는 어떤 느낌 때문에 자주 헛기침을 하게 되고 이따금씩 가래가 조금씩 나오기도 했으나 뱉으려 해도 나오지 않고 삼키려 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때는 목이 따끔거리기도 하니 매우 고통스런 증상이었다. 4~5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숨찬 증상까지 추가되어 좋아하던 주말산행까지 어려워졌다. 소화장애도 나타났다. 참을 수 없게 된 H씨는 병원을 찾았는데 난감한 것은 진단이 안되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인두염, 후두염이라고 하였으며 식도협착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환자로서는 그것이 뭐든 없어지기만 하면 좋겠는데 효과가 있는 듯 하다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니 피곤하게 되었다.
이런 증상의 환자들은 대개 상기 환자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매실의 씨가 목에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란 뜻으로 ‘매핵기’라 한다. 담이 인후(咽喉)사이를 장악하고 기(氣)가 울체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신경성으로 발생한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
H씨는 중견 공무원으로, 승진시험 준비와 사무실 안의 문제가 겹쳐 가족에게도 다 말할 수 없는 많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40대 후반의 고뇌라고나 할까?
매핵기는 그런 사정의 반증으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오래 끌던 매핵기 증상은 한의학에선 비교적 잘 치료되는 경향이다. H씨도 지금은 목이 시원해지고 등산도 불편없이 계속하고 있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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