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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용 시흥시 한의사회장 | ||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하였던가. 한없이 더울 것 같았던 여름의 기세도 그 정점에 이르니 바로 가을의 기운이 시작될 것이다. 사시의 순환은 묘하다. 만물이 다 얼어 죽은 듯한 죽음의 끝에서 봄은 오고, 만화방창 온통 우거진 끝에서 가을은 이미 시작된다.
활발한 움직임과 번창함이 여름이라면 가을은 흥분을 진정하고 정리하는 맑음과 서늘함의 계절이라 할 것이다. 봄, 여름의 기운이 발생과 창달이라면 가을의 기운은 숙청(肅淸)이라고 할 수 있다. 엄하게 다스리고 처벌한다는 뜻이다.
그 푸르게 구슬같은 빛을 발하던 미루나무의 살랑거리는 잎을. 형태는 그대로이나 이미 그 기운이 퇴색하고 있다. 싱싱한 광채가 사라지고 있다. 이내 탈색되고 낙엽되어 쓸쓸히 가로수 길을 뒹굴고 다닐 것이다. 맑은 하늘, 맑은 기운, 서늘한 바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음력 7,8월은 오행중 가을의 기운인 금(金)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때이고 장부로 보면 폐가 왕성한 절후이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살갗의 공기 구명이 열려 있다가 차츰 서늘해 지면 땀은 안나오고 피부호흡이 약해지기 때문에 폐의 부담이 많아지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보면 가을에 천식의 증상이 악화된다거나,호흡기 병이 이 때 많이 발생 한다거나, 알러지성 피부증상이 악화된다거나, 대장질환, 특히 설사가 많다는 것은 가을과 폐와의 관계를 말한다 하겠다.
여름엔 ‘더위’가 병증이라면 가을은 ‘서늘함과 메마름’이 문제가 된다.
(가을의 병증은 어떻고, 각각의 치료법은 다음 회에 자세히 다룬다)
시흥신문 시흥신문@s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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