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대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들이 역사적으로 구분을 두어 크게 바꿔서 대응해야 할 정도의 무게를 갖는 시대적인 전환 과제라는 것이다. 공감하고 동의한다. 기후위기, 4차산업, 인구소멸, 부의 양극화, 부동산 등 우리가 처한 여러 사회문제들은 기존의 체계나 문법에 따른 미시적 땜질 처방으로 결코 해결해나갈 수 없고, 우리 사회구조를 근본적이면서 광범위하게 변화시켜가며 대처해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응당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사회 패러다임 전환을 이해하고 동참하며, 과감히 도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한편으로 시대적 변화에 맞지 않고, 오히려 사회 전환을 지체시키고 거스르게 하는 우리 사회 내부 체계의 특별한 요소들, 핵심 고리를 찾아 고치는 일도 중요하다. 그중 중요한 하나가 과도하게 수도권에 집중된 사회·경제 체제와 중앙집권적 정치·행정 체계를 크게 개선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균형발전과 이에 수반한 분권은 우리 사회가 현재 직면한 여러 심각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중요한 고리이며,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시대적 전환에 조응해가는 토대이자 동력이다. 수도권 집중 상황은 부동산과 생활환경, 일자리 문제 등 사회경제 전반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지방의 축소와 소멸로 이어져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 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농촌에서 시작된 인구감소와 쇠퇴는 지방중소도시로 이어졌고, 이제 지방 대도시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부터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고,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도 첨단업종의 수도권 입지가 가속화되며 53%를 넘어섰다. 특히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지방 인구 중 직업을 얻기 위해 유출되는 인구의 비율은 2016년 16%에서 매년 높아져 2019년에는 64%에 이른다. 사람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도권으로의 이전이 늘어나며 수도권 집중과 지방쇠퇴가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방의 사회·경제 여건 악화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부동산공급부족과 가격급등, 환경과 교통문제 등 시민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국가 전체로도 비효율과 발전 지체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더 도드라진다. 수도권에 집을 더 짓고, GTX로 대표되는 광역교통망도 확대하겠다는 공약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 공약들이 실행된다면 수도권 쏠림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시대전환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유권자를 겨냥한 당장의 입바른 공약들이 넘친다.
도시학자 마강래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등에서 수도권 집중의 현실과 이로 인한 문제점을 구체적 지표들을 통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불행이고 위기이며, 나라의 성장동력을 저해시킨다는 진단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방 거점에 메가시티 조성을 통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지방 권역내 도시 상생 체계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또한 첨단산업이 밀집된 수도권과 제조업·1차산업 중심의 지방이라는 현재 산업구조 현실에 조응한 해법으로 수도권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방 이주를 다양한 형태로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사하는 바 크다.
최근 정부가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 등 초광역 협력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메가시티 구상이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청 등의 초광역 거점도시 구축으로 이어져 균형발전을 선도하며 지방의 활력을 높이는 중심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별자치단체 설립 등 분권이 강화되는 형태로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것도 지방도시의 주도적 실행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산업구조변화, 인구소멸 등 시대적 위기와 변동에 직면한 우리 사회, 새로운 전환 동력으로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